민족시보 제984호 (02.09.11)


<시국논단>

고이즈미 방북으로 타개될까

-일본은 원점으로 돌아가라

마에다 야스히로 (오츠마여자대학 교수)

고이즈미 총리가 9월 1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을 방문하여 김정일 총서기와 정상회담을 가지게 되었다. 8월 30일 오후에 발표된 고이즈미 방북 뉴스를 일본국내에서는 반세기에 걸쳐 동결되어온 조일관계를 한꺼번에 타개하는 결정타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조선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부추겨온 일본의 우익국수세력은 극구 '총리 난심'을 강조하고 있다.

그 근거는 고이즈미 방북으로 자기들이 주장하는 "납치"문제 해결은 되지 않는다고 못박고 총리의 방북 자체를 용서할 수 없다는 굴절된 반발에서이다. 말하자면 어떠한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조일관계의 진전을 가로막겠다는 검은 속셈이 보인다. 일본의 매스미디어는 빠짐없이 모두가 '납치문제의 전진'이 조일국교정상화문제의 최중요 과제라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조일관계를 개선하는데서 "과거의 식민지지배에 대한 공식 사죄와 청산" 이외에 중요한 문제가 존재하는 것일까.

조일관계 개선의 원점은 1990년 9월에 가네마루·다나베 자민당 사민당 대표단이 방북 하여 조선노동당과 체결한 8항목의 3당공동선언에 담겨있는 내용에 한한다.

식민지지배와 전후 45년간의 사죄와 보상, 빠른 시기의 정부간 교섭, 양국의 각종 교류 촉진이 강조되었다.

더욱 특징적인 것은 '재일조선인의 법적지위 보장'과 함께 '조선은 하나이며 남북대화를 통해 조선통일의 달성을 인정한다'는데 언급, 3당이 지구상의 모든 핵의 위협제거에 노력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매우 기본적이고 선진적 자세를 보여준 것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그후의 조일정부간 교섭에서는 납치, 대포동, 괴선박, 요도호 범인 신병인도 등 일본측이 내건 '현안의 제문제'를 둘러싸고 분규, 더구나 미국이 '북의 핵의혹' 문제로 미일한 포위망을 강요함으로써 암초에 걸려 2년전부터 중단되어버렸다.

또 한국역대정권의 조일관계진전에 대한 견제·방해도 심했고 역대총리의 우유부단한 자세와 어울려 조일개선을 계속 연기해왔다. '잃어버린 11년'은 일본측의 책임인 것이다.

올 7월이래 적십자회담, 국장급협의와 잇따른 조일교섭 재개에 즈음하여 조선측은 홍성남 총리, 강석주 외무차관 등이 등장해 적극적 자세를 보였다. 한편 타케우치 유키오 외무사무차관은 국장급 협의를 "국교정상화 교섭은 예비회담이 아니다"고 말하고 "교섭개시는 일조간의 현안해결을 향해 무언가 진전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납치, 미사일개발, 요도호 범인 신병인도문제에 집착하는 자세를 보였다.

고이즈미 총리가 메시지를 전한데 대해 김정일 총서기의 "무척 용기를 얻었다. 감사하고 있다"는 짧은 회답이 돌아왔다. 이 회답에 조선측의 전향적인 자세를 느낀 사람은 많았을 것이다.

고이즈미 방북에는 긍정적이라하더라도 일종의 당돌감을 가지고 있는 경향도 많다. 조일문제와 관련한 경력도 없는 정치인으로서의 이번 방북결정은 전후의 맥락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싶다"는 숭고한 정치이념은 총리의 본심일까. 총리의 방북결단에 한국 김대중 대통령의 존재는 크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일본정부가 조일개선에서 제자리걸음 해온 큰 이유의 하나가 "한국에 대한 배려"때문이었다. 포용정책을 내건 김 대통령은 남북의 대화진전에 조일개선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취임이래 일본에 김정일 총서기와의 대화를 강하게 요구해왔다. 직접적으로는 3월의 고이즈미 방한 때 김 대통령이 조일교섭촉진을 역설했고 4월에 남북대화재개를 위해 평양을 왕래한 임동원 대통령특사의 움직임도 한 역할을 했다.

조선외무성은 "역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정상적 관계가 계속되어왔다. 일본총리의 방북이 양국간의 제문제를 해결하고 관계정상화를 실현해나가는데서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기대와 환영을 표명 하고 있다.

각종 조사 결과 고이즈미 방북은 60% 남짓의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다. 소련, 중국, 한국과의 관계개선에서 대폭 늦어진 조일 국교는 각종 장해물을 일본측에서 인위적으로 끄집어 낼 때마다 전후처리가 점점 더 멀어지는 데 대해 일본인은 죄책감을 느끼며 마음 아파해 왔다. 지금은 "잘못을 뉘우치는데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는" 것이며 미국의 선도자역할로 총리의 퍼포먼스로 끝내서는 안된다. 정상적인 일본여론이 대국적 견지에 서서 어디까지 교섭전진의 움직임을 지지하는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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