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975호 (02.05.21)


<민족시평>

남북화해 평화를 가로막는 주적론

5월말의 '국방백서' 발간을 앞두고 국내에서는 통일부를 비롯하여 각계에서 "북한은 주적"이라는 표현의 삭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북- 주적' 개념은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에 정면에서 배치되는 장해 요인이며 6·15남북공동선언이나 민족의 지향에 상반되는 시대착오적 냉전사고의 잔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과는 반대로 국방부는 8일 '국방백서'에서 '주적'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주적' 개념이 국방백서에 명기되어있는 나라는 세계 어느곳에서 볼 수 없으며 유일 한국에만 있다. 일반적으로 교전 상대국에 대해서는 '적국' 등의 표현이 사용되는데 한국 이외에 예를 볼 수 없다. 중국·대만, 이스라엘·팔레스티나를 보아도 '주적' 등의 표현은 없으며 더구나 동족에 대해 사용된 예도 없다.

한국에서는 전두환 군사정권을 계승한 노태우 정권하의 88년에 처음으로 국방백서가 간행되었는데 그 '국방백서'에는 "적의 무력침공에서 국가를 방위한다"고 쓰여 있다. 그것이 냉전 종결후인 94년에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에서 국가를 방위한다"로 바뀌었다. 체제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피를 나눈 같은 민족이자 통일의 상대인 북측에 대해 '주적'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김영삼 정부 하의 95년부터이다.

당시 북에서는 김일성 주석이 서거한데다 자연재해가 겹치는 상황아래 미국의 보수세력 속에서 '북한 붕괴론'이 나돌고 있었다. 그들과 축을 같이한 김영삼 정부는 '북 붕괴'설을 강조하면서 대북강경정책을 내걸었다. '주적론'은 김영삼 정권의 대북대결정책의 산물로서 태어난 개념이다.

그런데 저작년 김대중 정부 하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되고 역사적인 6·15공동선언 발표로 민족의 화해와 협력, 교류, 통일의 새시대가 열렸다. 당연한 일이지만 민족간의 적대를 의미하는 '주적' 개념은 삭제되고 이미 소멸했어야 했다. 북측도 그것을 강력히 바랐고 남쪽의 각계에서도 그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여전히 '주적' 표현을 유지, 온존시켜왔다.

특히 작년 9·11동시다발테러사태 직후 '반테러전쟁'이라며 부시 미정부가 아프간 전쟁에 돌입했고 때를 같이하여 주한미군과 한국군에 대한 '비상계엄령' 발령과 F15전투기 대대 파견으로 한반도에서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고 6·15공동선언에 따른 남북간의 대화와 협력사업도 어쩔 수 없이 중단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 배경에는 부시 정부의 대북강경정책도 있으나 "북한은 주적"이라는 개념이 보여주고 있듯이 남측 수구 보수세력의 냉전사고와 반북, 반통일 움직임이 존재한다. 이와같이 '주적' 개념의 존재는 남북관계의 개선, 한반도의 평화를 가로막는 심각한 문제로 되고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남북간의 막히고 정체된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북측의 승낙으로 김대중 대통령 특사 임동원 외교안보통일특별보좌관이 4월초에 평양을 방문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견하고 김용순 서기와 회담했다. 회담에서는 작년이래 한반도에 조성된 중대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5일에 6개항에 걸친 '남북공동보도문'이 발표되었다.

공동보도문에서 쌍방은 "역사적인 6·15남북공동선언의 정신에 합치하도록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긴장상태를 만들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하면서 "그동안 일시적으로 동결된 남북관계를 원상회복"하기로 하였다.

공동보도문에서는 구체적으로 경의선 철도 및 개성- 문산간의 도로연결, 동해지구에서 새로운 동해선 철도 및 도로연결, 개성공업지구 건설, 금강산관광 활성화를 위한 회담 등에 대해 합의를 보았으며 이들 합의사항 진전에 따른 남북장관급회담, 남북군사당국자회담 재개에 대해서도 언급되었다. 이때의 합의에 따라 제4차 남북이산가족 상봉이 4월 28일부터 금강산에서 열렸다.

회담에서는 북측이 6·15공동선언에 근본적으로 배치되는 '주적론'이 삭제되어야한다는 강한 요망이 있었음을 서울에 돌아온 임동원 특사는 전했다. 이 '주적론'은 북측을 적대시하는 표현일 뿐만 아니라 남북간의 협력, 교류도 가로막는 요인으로 되고 있다. 예를 들면 경의선이나 동해선, 도로의 남북연결도 군사경계선을 관통하기 때문에 북측의 군사보장합의를 얻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군사당국자회담이 불가결하며 '주적론'의 삭제가 전제로 된다.

이번 회담에서 북측은 "남측은 역사적인 평양방문으로 '주적론'이라는 것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계속 그것을 되풀이하며 전쟁소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중대시하고 6·15공동선언 이행에 대한 근본적 입장에서 그것을 바꾸도록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4월 4일치). 한국국방부는 하루빨리 '북은 주적'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없애야한다. 그것이야말로 6·15남북공동선언의 성실한 이행의 길이며 한반도 평화확보에 이어진다. (김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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