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907호 (00.2.21)


<민족시평>

조미관계 양립될 수 없는 관계개선과 적대시정책

지난해 9월의 베를린 합의이후 북미간에는 관계정상화를 위한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두 나라는 3, 4월경에 워싱턴에서 고위급회담을 갖기로 합의하였으며 이달 말에는 이를 위한 예비회담이 뉴욕에서 개최된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은 외교협상을 통한 관계개선을 말하면서도 또 한편에서는 북에 대한 군사적인 압박정책과 경제봉쇄를 여전히 추구하고 있다.

미국의 오만한 패권주의

올해 들어서도 미국은 세계 평화애호단체들의 한결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핵실험을 감행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18일에는 국가미사일방어체계(NMD) 구축계획의 일환으로 요격미사일 실험도 거행했다. 북에 대해서는 핵확산방지조약(NPT)과 미사일기술통제협정(MTCR)을 내세워 통상적인 원자력산업 육성계획이나 인공위성의 자체개발에 대해서도 시비를 걸어 온 것이 바로 미국이었다. 그런데 마치 '세계평화의 수호신'인양 행세해 온 미국은 동서냉전이 끝난 상황에서도 군비확장을 멈추지 않았으며 최첨단 무기의 개발을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오만불손한 미국의 패권주의적인 작태에 대하여 이북 당국은 지난달 22일, "미국의 요격미사일 실험은 양측간 현안을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는 우리의 아량과 신뢰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하면서 "이번 실험은 장거리 미사일 개발계획을 유보키로 한 우리의 방침을 심각하게 재고토록 압박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북미간에 체결된 94년 제네바 합의와 99년 베를린 합의에 관해서 말한다면, 원자력 시설의 동결과 장거리 미사일의 발사실험 유보 등 합의내용을 준수해 온 것은 북측이었고 이에 반해 군사적인 위협의 중단과 경제제재의 해제 등 제반 약속을 이행치 않았던 것이 미국측이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변하지 않은 적대시정책의 기조

2월 2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미국의 안보상황에 대하여 증언한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 국장은 북이 머지않아 핵미사일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낡아빠진 '북 위협론'과 체제불안에 놓인 북측 당국이 군사적 모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시대착오적인 '남침론'을 새삼스레 강변했다. 얼핏 보기에 이는 '북의 현 체제를 인정하고 장기적으로 관계개선을 도모한다'는 페리보고서의 정책방향과 상반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세계패권유지'라는 국익차원에서 보면 조지 테닛과 윌리엄 페리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이북처럼 미국주도의 세계질서를 인정하지 않는 자주국가에 대해서는 군사적인 위협을 지속하고 정치 외교적인 고립화와 경제적인 봉쇄를 강화하므로써 제압하겠다는 전략을 견지해 왔다. 미국이 말하는 북미간의 관계개선도 결코 호혜평등의 원칙을 존중하자는 것이 아니라 압살정책을 통해 북을 무력화하고 미사일개발의 포기 등으로 무장해제시킨 후 미국의 통제하에 놓자는 것이 그 속셈이다.

북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정책은 시종일관한 것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한반도 유사사태'를 상정한 대북전쟁연습을 해마다 벌이고 있다. 올해도 2월 2일부터 한미간에는 미 해군의 최신 항모선단이 주축이 된 합동군사연습이 진행되었고 16일부터는 미일간에 합동통합연습이 거행되고 있다. 김대중 정권 또한 입으로는 남북화해를 말하나 대북 공격용의 무인공격기를 이스라엘서 수입하려는 기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을 주적으로 삼고 있는 반민족적 자세는 여전한 것이다.

북미평화협정·주한미군 철수는 자주적 평화통일의 지름길

미국이 그동안 집요하게 벌여 온 북에 대한 적대시정책은 한반도와 동북 아시아에 심각한 대결과 긴장만을 조성했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관계개선을 표방하면서도 군사적인 위협과 경제봉쇄를 계속하려는 미국의 정책기조에는 이렇다 할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앞당기려는 우리는 미국이 진정 북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북미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의 전면 철수를 단행하도록 해내외의 힘을 총동원하여 반미투쟁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라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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