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904호 (00.1.21)


<논설>

4.13 총선을 향한 국내정국을 살펴본다

석달 후인 4월 13일에 우리는 16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게 된다. 이번 총선거는 김대중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새 천년의 정치방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연초부터 소란스러운 총선정국을 간단히 살펴본다.

DJP 합당의 파탄과 공동여당의 위기

지난해 12월 22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는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합당을 추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양김씨는 이번 총선에 관해서 '공조 속에 협조한다'고 밝혔으나 소선거구제로 치르는 총선의 성격상 연합공천의 실현가능성은 말 같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선거운동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과열경쟁으로 인해 도리어 양당간에는 공조균열이 발생할 현상도 예상된다. 이는 내각제 개헌 유보 등으로 간신히 이어져 온 DJP연합의 위기를 의미하며 김대중 정권에 있어서는 최대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김 대통령과 국민회의의 총선전략은 원래, 자민련과의 합당을 전제로 하여 이에 각계의 '신진'세력을 끌어들인 거대 '신당'을 결성하는 것이었다. 그래야만이 전라도에 기반한 지역정당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과반수 의석을 얻어 정국운용의 주도권을 쥘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합당이 무산된 지금 남은 길은 '신당'파람을 대대적으로 일으켜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 모으는 것뿐인데도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지명도와 당선가능성에만 치중하다보니 그나마 '개혁 지향적'이라고 주목된 새 인물들이 어느 새 공천과정에서 뒤로 밀려 난 형국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여권이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결과는 비참한 것이었다. 총선의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중진을 포함해 상당수의 공천후보들이 당선권에 들지도 못할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고 한다. 유권자들은 국민회의가 만들려는 '새천년 민주당'이 '신당'이 아닌 '헌당'임을 간파하고 있는 것이다.

합당을 포기하고 독자행보의 길을 선택한 김종필씨와 자민련의 형편도 그리 나을 것이 없다. 야당에서 이한동씨를 총재권한대행으로 영입하여 '보수대연합'을 내세우고 있으나 개혁의 발목을 잡는 보수노선의 고수와 지역주의에 기대는 길 말고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야당과 그 주변 신당들

한나라당 안에도 공천지분을 둘러싼 계파간 갈등이 존재한다. 또한 잦은 소속의원들의 탈당사태가 보여주듯이 이회창 총재의 지도력이 건재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야당에 대한 지지도가 지난 1년간에 8%나 상승한 것은 집권 여당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지 유권자들의 지지확대로 보기는 어렵다.

민주인사들에 대한 악랄한 고문조사를 진두지휘한 정형근과 같은 공안요원 출신들이 중진으로 있는 당이 국가보안법 개폐를 비롯한 제반 민주개혁을 한사코 반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한나라당이 극우 공안 세력을 대변하며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고질적인 지역주의에 의존하는 세력임을 직시해야 한다. 그들이 한국정치의 미래를 좌우할 다수 정당으로 또다시 부상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기성정당에 대한 낮은 지지율에 반하여 무당파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무소속 홍사덕 의원과 재야인사 장기표씨가 추진하는 '개혁신당' 및 자민련을 탈당한 김용한 의원과 5공세력인 허화평 등이 '한국신당'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역시 본질적으로 기성 정치인들과 크게 다를게 없다. 다만 양자에 공통되는 창당취지는 지역주의 타파와 1인 보스 정당정치의 청산이다. 이들 주변신당들이 얼마나 유권자의 지지를 받을지 미지수이나 지역주의와 당 총재의 전횡을 특징으로 하는 3김정치에 대한 고발이라는 측면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진보정당의 가능성

여야를 막론하고 진정한 사회개혁과 민중의 복지향상을 외면해 온 기존의 보수정당에 대한 국민대중의 실망과 분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심대하다. 민주노총이 중심이 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이 기대되는 것도 이와 같은 상황 때문이다. 부정부패 척결과 불평등구조의 개혁을 내거는 '민주노동당'이 보수정당들의 높은 벽을 뚫고 처음으로 진보세력의 교두보를 국회에 마련한다면 민족민주운동의 확대 발전을 위해서도 그 의의는 참으로 지대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이 그 지지기반을 지금의 민주노총과 그 주변세력에서 더욱 광범한 시민운동세력으로까지 차차 확대해야 한다. 1월 12일, 4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2000년 총선시민연대'에는 반개혁적인 인물의 공천과 당선을 저지하고 새로운 정치풍토를 만들겠다는 유권자들의 강한 의지가 담겨져 있다. '민주노동당'이 바로 이와 같은 양심적인 시민운동세력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총선거는 사회개혁과 생존권의 보장, 남북화해정책의 과감한 추진이라는 국민대중의 한결같은 여망을 외면해 온 현 집권세력과 보수야당에 대한 준엄한 심판의 기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라산 기자〉

[HOME] [MENU] [지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