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886호 (99. 6.21)


해설

올해를 국가보안법 철폐의 원년으로 하자 (하)

교묘하게 존속을 획책하는 김 정권

국내의 민주·인권단체는 지금까지 제법 강력한 국가보안법철폐운동을 전개해 왔다. 이에 영향을 받아 국제사면위원회나 유엔인권위원회 등을 비롯하여 유엔기구도 폐지를 강하게 권고해 왔다. 미국정부조차 국무성이 발표하는 연간인권보고서에서 폐지를 권고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내와 국제사회의 철폐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또 '인권 대통령'으로서 이름을 남기고 싶은 공명심도 작용하여 이 법의 '일부개정'이나 '대체입법'을 검토중이라고 밝혀왔다. 그것이 조금 구체적으로 된 것은 3월 25일에 김 대통령도 출석하여 열린 법무부의 국정개혁보고회이다. 거기서는 대체입법의 기본을 김 대통령이 야당시대의 89년에 입안한 '민주질서수호법안'으로 할 것이 제시되었다. 거기에는 국가보안법의 수익자로서 이 법을 존속시키고 싶은 김 대통령의 의향이 강하게 반영되어있다.

이 법안 제4조에는 '민주질서위해의 죄'라는 조항이 있으며 "국가의 안전을 침해할 목적"으로 △한국의 존립을 부정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폐기한다 △적대하는 국가 또는 국가에 준하는 집단의 활동 등을 '선전하는 행위'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로 처벌한다고 되어있다. 즉 추상적인 '국가의 안전'규정에 기초하여 비폭력의 표현행위라 하더라도 처벌한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 법안은 당초부터 국가보안법의 자의적 해석과 적용이 가능한 조항의 말을 바꾸어 유지하고 거기에다 위반자에 대해서는 '반민주주의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고 비판을 받아왔다.

국가보안법 철폐 운동의 의의

김 정권은 지난해 여름, '사상전향제도'를 '준법서약제도'로 이름을 바꾸어 반대의견을 잠재워 정면에서 항의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듯이 국가보안법의 사실상의 존속을 '일부개정' '대체법'으로 기만하는 교묘한 수법을 재차 이용하려 하고 있다.

원래 국가보안법은 존재해서는 안되는 법률이다. 따라서 그와 비슷한 종류의 대체법 제정을 단호히 반대하며 '완전철폐'를 주장하여 김 정권의 교묘한 존속책동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법의 철폐는 한국의 민주화를 진전시키고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철폐는 무엇보다도 동족을 '적'으로 규정하여 남북 해외로 갈라진 민족의 화해와 단결을 막고 한반도뿐만 아니라 주변지역의 평화도 위협하고 있는 최악의 제도적 장해물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민족에게는 자주·민주·통일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되며 일본의 시민 등 다른나라 국민들에게도 기본적 인권의 세계적 신장과 평화의 확보라는 과실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국내외를 잇는 투쟁

'올해를 국가보안법철폐 원년으로', 이것은 국내외 민주세력의 공동구호이다.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은 정초에 이 법을 "인정하지 않는 기초 위에서 투쟁을 조직해 나갈 것"이라는 적극적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2월 6일 인권단체와 함께 '국가보안법철폐와 양심수문제 전면해결을 위한 연대회의'(연대회의)를 발족시키고 또 이를 확대 개편하여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추구하는 국가보안법철폐행동연대'(행동연대)를 이 달 25일에 발족한다.

행동연대는 15일부터 명동성당에서 '국가보안법철폐와 양심수문제 완전해결을 위한 제사회단체농성'에 들어가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했다. 또 9월의 정기국회를 겨냥하여 '100만명 서명(국회청원)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 청원서명에는 '재일한통련에 대한 반국가단체 규정을 철회하고 모든 해외동포의 자유로운 입국을 보장하라'는 요구항목이 들어있듯이 철폐투쟁을 국내에 한정하지 않고 피해를 받고 있는 한통련 등 해외민주세력에게도 공동투쟁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보조를 맞추어 해외에서도 한통련을 중심으로 5월 8일 도쿄에서 일본, 미주, 유럽지역의 민족민주단체 대표와 민주인사들이 '국가보안법철폐 해외연대회의'(해외연대)를 결성했다.

'행동연대'와 '해외연대'의 결성은 이 법의 철폐라는 핵심적 투쟁과제에서 국내외를 잇는 투쟁전선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자주·민주·통일운동사에서 획기적인 일이다. 국가보안법의 철폐는 국내외의 연대한 투쟁으로서 드디어 현실화하고 있다.

〈이봉양 기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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