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873호 (99.2.1)


자료

민권구국선언-민족자주와 조국통일로 국난을 극복하자

지난해 9월에 결성된 '민중의 기본권 보장과 야심수 석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민권공대위 상임대표 홍근수 목사 등 3명)는 같은 달 24일 '양심수 전원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세계인권선언지지 100만인 서명운동 추진본부'를 구성하여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12월 10일에 '양심수 없는 나라'를 위하여 '민권구국선언'을 발표했다. 전문을 게재한다.

우리 겨레는 단군의 후예로서 우수한 민족성과 주체성을 살려 온갖 고난을 뚫고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창조해 왔다. 20세기 현대사는 우리 민족이 제국주의 침략세력에 맞서 민족의 운명을 개척해 온 한 세기였다.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에 한때 주권을 빼앗기고 식민지로 전락해 민족 전멸의 위기를 맞았지만 불멸의 항일구국투쟁으로 침략자들을 물리치고 나라를 찾았다.

그러나 미군의 강점으로 조국은 분단되고 민족이 분열되는 비극을 겪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군사주권은 외세에 넘어갔고 마침내 97년 12월 3일 경제주권마저 국제통화기금에 내주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시련에 굴하지 않고 숭고한 민족해방운동의 역사를 계승하여 중첩된 국난을 극복하려는 민족의 자주·민주·통일구국항쟁은 뜨겁게 불타올라 조국통일과 민족자주권을 누릴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주권재민이다. 민권은 정권의 근원이며,정권은 민권에서 나온다. 민권은 민족자주권과 민중기본권을 뜻한다. 민중은 민족의 운명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그 어떤 외부세력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민족자주권에 따라 조국통일운동과 노동운동, 농민운동, 자주적 청년학생운동을 할 권리가 있고, 학문·사상·양심·언론·표현의 자유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 오늘 절박하게 요구되는 민권운동은 민족자주권과 민중기본권을 회복하는 주권운동이며, 정권은 이것을 보장해야 할 책무가 있다.

우리 민족이 직면한 국난의 뿌리는 외국군대의 강점에 따른 조국분단이다. 분단독재정권에서 민족자주권과 민중기본권은 짓밟히고 민주주의는 질식했다. 기형적 분단경제는 거덜나고 국제통화기금체제 아래 민중의 삶은 도탄에 빠지게 되었다. 따라서 민족자주권과 민중생존권을 보장할 국난 극복의 길은 조국통일에 있고, 남북 총리가 91년 공동서명한 남북합의서를 이행하여 남북 경제공동체와 민족자주경제를 실현하는데 있다.

7천만 겨레는 72년 7월 4일 남북공동성명에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을 조국통일 3대 원칙으로 합의해 만천하에 선언했다. 통일은 외세에 의존하거나 외세의 간섭을 받음이 없이 자주적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통일은 서로 상대방을 반대하는 무력행사에 의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실현하여야 한다. 사상과 이념, 제도의 차이를 초월하여 우선 하나의 민족으로서 민족적 대단결을 도모하여야 한다는 이 애국강령은 조국통일운동의 빛나는 성과로서 민족자주와 조국통일을 이루는 가장 올바른 방도이다.

민족자주의 첫걸음은 군사주권을 찾는 일이다. 협정 당사자인 이북과 미국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 휴전상태를 종식시키고, 외국군대는 이 땅에서 물러가야 한다. 그리하여 동족의 가슴에 총부리를 돌리는 비극을 끝내고 7천만 겨레의 생명과 이익을 지키는 민족자주국방을 실현해야 한다.

군사주권을 외세가 틀어쥐고 있는 한, 민주정부와 민주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 박정희 유신독재가 쓰러진 뒤 80년 '민주화의 봄'을 맞았으나 미국이 전두환 노태우 일당의 광주 진압작전을 승인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민중을 학살한 내란반란의 역사가 이를 말해 준다.

민중의 복리를 증진시켜야 할 경제가 미제무기 수입과 미군 주둔비를 대느라 진이 빠지고 국제통화기금에 경제주권을 잃게 된 것은 분단경제의 필연적 귀결이다. 경제를 망친 독재정권과 독점재벌의 책임을 가려 엄정히 심판하고, 남북 군축을 실현해 군사비를 민생으로 돌려 민중경제를 살려야 한다. 남북 경제공동체와 민족자주경제를 건설함으로써 전민족의 역량을 모아 경제주권을 되찾아야 한다.

정치·경제·군사뿐만 아니라 사회·문화·교육·언론 등 민족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원칙으로 민족자주권을 실현하여 사회정의와 민족정기를 살려야 한다.

민중은 지난해 '선거혁명'으로 50년만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 내 구체제를 청산하고 총체적 민주개혁을 추진할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은 독재정권의 낡은 정치적 관행과 악법, 기구를 철폐하지 않고 만델라보다 더 긴 세월 옥고를 겪고 있는 양심수들을 석방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정치형태로는 총체적 난국을 풀 수 없다. 김대중 정권은 정권교체의 의의를 살려 헌법에 명시된 민권을 보장해야 한다.

김대중 정권은 우리 시대 가장 숭고한 민권운동인 통일운동을 보장해야 한다. 남북해외 3자가 연대한 조국통일운동 구심체 범민련과 한총련 이적규정을 철회하고 자유로운 통일논의를 허용해야 한다. 범민련과 한총련의 통일강령은 7·4남북공동성명과 남북합의서에 일치한다. 이들 단체의 탄압은 조국통일운동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며, 정권의 남북합의서 실천공약에도 어긋난다. 9차 범민족대회 및 통일대축전에 참가한 강희남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과 문규현 신부 등에 대한 공소를 취하하고 조국통일에 앞장선 황선 한총련 방북대표와 청년학생들을 석방해야 한다.

국가보안법과 준법서약제를 철폐하고 양심수를 전원 석방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은 조국통일을 가로막는 제도적 장벽이며, 헌법의 평화통일이념에 반하는 위헌 악법이다. 국가보안법은 남북공동성명과 남북합의서, 남북 국제연합 가입으로 오래 전에 사문화되었다. 독재정권 안보를 위해 동족을 적으로 못박고 있는 반민족·반통일 악법 국가보안법을 즉각 폐지해야 한다. 준법서약제는 사상전향제의 변종으로서 국가보안법을 존속시켜 공안통치를 연장하려는 기도를 드러낸 것이다. 만 악의 근원인 국가보안법을 지킬 것을 강요하는 것은 또 하나의 양심에 대한 고문이므로 중지돼야 한다.

양심수들은 우리 시대 양심의 별이다. 내란반란 수괴죄로 단죄한 전두환 노태우를 무조건 석방하면서 분단체제와 독재정권의 피해자인 양심수들을 감옥에 잡아 두는 것은 '국민의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세계인권선언 지지성명을 한 김대중 대통령과 국회 의장 등 정치인들은 이를 준수해야한다. 전상봉 서청협 의장과 한 대웅 민애청 회장을 비롯한 애국청년들, 김창현 울산 동구청장 등 민주인사들과 장기수를 비롯한 모든 양심수를 즉각 석방하고 공안탄압을 중지해야 한다. '창살 없는 감옥'으로 출소 양심수를 괴롭히는 보안관찰법도 사라져야 한다.

조국의 자주·민주·통일에 헌신하다가 독재정권에 희생당한 민주열사와 민주인사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모든 정치수배자의 수배해제와 출소 양심수의 군문제를 해결하여 독재정권의 낡은 유산을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국제통화기금 식민통치 아래 고통받는 민중의 생존권과 노동자의 정치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미국자본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으로 고통받는 제3세계 민중들은 세계 금융자본가의 침탈에 맞서 점차 연대투쟁을 강화하고 있다. 만국의 노동자 실업자여 단결하라는 구호가 살아나고 있다. 김대중 정권은 국제통화기금에 순응하는 신자유주의정책을 버리고 민족자주경제의 길로 가야 한다. 김대중 정권은 경제주권 상실의 책임을 져야 할 독점재벌 등을 심판하고, 구제금융사태의 고통을 더 이상 민중에게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 정리해고 철폐투쟁에 앞장선 단병호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황성근 만도기계 노조위원장 등을 석방하고 노동운동을 보장해야 한다.

조국의 희망인 한총련 청년학생들의 학생회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청년학생들은 4·19혁명을 비롯한 민주주의 선구자이며 정권교체의 주역이다. 정권이 이들의 자주적 활동을 가로막고 나선다면 조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민권이 보장되는 민주사회로 가려면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언론악법을 철폐하고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 제도언론은 민족사의 최대과제인 자주·민주·통일을 위해 투쟁하는 민중의 진실을 은폐하고 독재정권과 독점재벌 등 분단기득권을 옹호하며 대변해 왔다. 범민련과 한총련의 조국통일운동을 묵살하고 왜곡한 것은 한국언론의 수치요 가장 큰 과오이다. 언론의 주인인 민중은 민족자주언론 건설과 조국통일언론 실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 겨레는 온갖 시련을 뚫고 자주·민주·통일운동의 위대한 역사를 창조하며 민족자주와 조국통일의 영마루에 다가섰다. 김대중 정권은 민권을 보장하여 분단공안정국을 조국통일정국으로 돌림으로써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 애국민중이 총체적 국난극복에 떨쳐나서도록 해야 한다.

민족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국난을 극복하고 20세기가 가기 전에 기어이 우리 대에 민족자주와 조국통일을 이루자. 조국의 역사는 세계평화와 인류의 자주 위업을 성취하는 전형으로서 전세계 민중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 자주의 새 세기 부국번영할 퉁일조국을 내다보며 온 민족이 단결하여 민족자주와 조국통일로 힘차게 나아가자.

1998년 12월 10일

민중의 기본권 보장과 양심수 석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양심수 전원 석방과 국가보안법 철폐-세계인권선언지지 100만

인서명운동추진본부


[HOME] [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