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848호(98.4.1)


운동기조

한통련 제6차 대의원대회에서 채택된 금년도 운동기조(요지)

한국의 경제 파탄과 이북의 식량난이라는 문제는 각각 그 원인은 다르나 그것은 분단이 초래한 재난이다. 반세기에 걸친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지배라는 고난을 경험한 우리 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지고 나아가 반세기 이상에 걸쳐 방대한 군사비를 소모하면서 계속 적대해 왔다. 이것을 강요해 온 것은 미국이며 미국이야말로 우리 조국을 남북으로 분단한 장본인이다.

주한미군은 한국지배의 물리적 힘이며 한반도에서의 긴장격화의 주요한 요인으로 되고 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지배와 간섭, 한국 역대정권의 종속화정책과 외세의존정책이 드디어 오늘과 같은 한국의 경제위기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북의 식량난은 3년 연속된 홍수와 가뭄에 의한 재해라고는 하지만 미국에 의한 철저한 경제봉쇄와 압살정책이 고통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식량을 비롯한 경제난의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의 경제위기와 이북의 경제적 곤란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조국과 민족에 대한 자세를 묻는 시금석이다.

우리는 남북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위기를 민족의 위기로 파악하고 이와 같은 관점에서 지금이야말로 자주성을 견지하여 민족의 단결된 힘으로 곤란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1. 분단-냉전형 경제의 파탄을 상징하는 'IMF사태'

지난 연말 대통령 선거에서 발각된 한국의 외채상환위기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융자를 받음으로 해서 IMF의 완전한 관리와 통제 아래 놓이게 되었다. '1910년 국치이래 제2의 국치'라고 전국민이 탄식하는 'IMF의 신탁통치'가 시작되게 되었다.

이같은 사태를 초래한 근본적 요인은 종속적 한국경제의 구조에 있다. 'IMF 사태'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의 분출이며 분단-냉전논리에 기초한 개발독재형 경제의 파탄으로 파악해야 한다.

2. 'IMF 체제'의 본질=미국의 세계경제 지배 전략

미국은 '북의 위협'을 이유로 정치적·군사적 관점을 최우선으로 하고 한국의 수출시장으로서 온갖 경제적 '특혜대우'를 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냉전의 종결과 함께 대북정책의 전환을 비롯한 대한반도정책의 재검토에 착수하여 자국자본의 논리에 따라 경제적 패권을 향해 노골적으로 대두했다.

미국은 최대의 출자국으로서 IMF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최대한으로 행사하고 통상대표부가 작성한 시장개방 요구안을 재무성이 IMF에 제시함으로써 IMF를 통해 한국의 시장을 개방시키고 일본경제에 구조적으로 종속된 한국경제에 미국의 경제패권을 세우려 하고 있다.

IMF의 대한지원의 진정한 의도는, 융자하는 대신에 한국의 금융·무역 등 모든 분야의 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시키는 것이며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자본의 본격적인 진출을 향한 정지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IMF가 한국에 대해 가혹한 조건을 강요한 데서도 분명하듯이 냉전시대의 전략적 지원국이라는 특혜적 지위를 상실한 한국은 지금 미국 등 국제자본의 실험장이 되려 하고 있다.

3. 김대중 정권의 출범과 역사적 사명

역사상 처음으로 여야 정권교체에 따라 2월25일 김대중 정권이 발족했다. 그러나 'IMF 신탁통치'하라는 미증유의 곤란한 상황에서의 힘든 출범이 되었다.

김 대통령은 현재의 국난을 일년 반 동안에 극복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한국경제의 불황은 오히려 내년 이후에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하며, 길게는 10년 이상 경제위기에서 탈출하는 것은 어렵다는 분석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새로운 세계전략의 제물이 되려는 한국이 현상태로는 IMF의 속박에서 탈각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주목되고 있는 김대중 정권의 대북정책의 기조는 흡수통합을 노골적으로 내건 전 정권의 대북강경정책과는 다른 융화정책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지로는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분단의 안정적 관리라는 미국의 대한반도정책에 호응했다고 생각된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남북대결정책과 외세의존정책을 바로잡고 자주적 입장을 견지할 것이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민족의 화해와 단결을 가로막고 있는 국가보안법이나 안기부 등 반통일적이며 반민주적인 법과 기구를 개폐하는 제도적 개혁이 불가결하다.

새 정권은 스스로 중도보수라고 자리 매김하는 김대통령과 '5·16쿠데타 세력'의 김종필 씨 등 반동적인 보수세력과의 공동정권이며, 개혁세력은 소수파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세력 등의 반동세력이 정치·경제·군사·문화의 각 분야에 포진되고 있다. 이러한 구세력은 개혁의 장애물이다.

이와 같은 상황을 생각할 때 현재의 제도권 정치의 테두리 속에서는 처음부터 한계가 있다.

민중 자신에 의한 사회개혁운동을 힘치게 전진시킴으로써 민주적 제도개혁도, 통일에의 접근도 가능하다.

현재 한국이 안고 있는 '총체적 위기'는 오랜 세월에 걸친 분단에 기인한다. 따라서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했다고 자임하는 김대중 정권이 가지는 역사적 사명이라는 것은, 민족의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통일을 향한 대로를 여는 것이다.

김대중 정권으로 하여금 그 역사적 사명을 다하게 하기 위해서는 자주 민주 통일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하지 않으면 안된다.

4. 민족의 화해와 단결에 의한 통일지향적 정치로의 전환이야말로 위기 극복의 방도

IMF에 의한 가혹한 관리와 통제 아래서 한국경제가 외국자본의 실험장이 되어 있는 현재 IMF합의의 충실한 이행을 최우선하는 한, 민족의 자주권은 침해되고 노동자나 서민의 생활과 생존권마저 위협받을 뿐이다. 민중에게만 희생을 강요하고 외국자본과 일부 특권층만이 이익을 얻는다는 상황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경유착을 끊고 재벌을 해체하며 사회의 민주화와 경제의 합리화를 촉진하고 남북의 화해를 추진하여 대폭적인 상호군축과 군사비의 삭감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즉 탈냉전의 평화 지향적 경제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폭적인 군축을 실현하여 외국자본에 종속된 경제구조에서 탈각하여 남북의 경제교류를 촉진하고 남북의 자주적인 민족경제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정책을 촉진하고 실천시키기 위해서 한국사회의 민주개혁을 철저하게 하고 외세의 간섭을 배제하며 남북의 자주적 교류를 추진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이 양성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외의 여론을 환기시키면서 적극적으로 운동을 전개해 나감으로써 상황을 변혁하는 것이 우리들 자주 민주 통일운동세력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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