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838호(97.12.1)

해설2

'국적법' 개정을 생각한다

국적법 개정, 양계주의로 전환

지난달 18일 국회는 '국적법 개정안'을 다른 법안과 함께 일괄 채결, 동법안이 성립됐다.

신국적법의 개정 내용의 중요한 골자의 하나는 48년의 동법 성립이래 지속된 부계 우선 혈통주의를 남녀평등주의의 국제적 추세에 대응하여 부모양계주의로 고친 점에 있다. 이에 따라 아버지가 한국인일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었던 아이의 한국적 취득이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도 인정하게 되었으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남녀평등)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하게 된 것이다.

또 하나는 부모양계 개정에 따라 생기는 이중국적자를 축소, 배제하기 위해 국적선택제도(21세까지 선택수속을 밟지 않는 자는 국적을 상실한다)를 설치한 것이다.

국적법의 개정은 80년대부터 논의되어 왔다. 정부는 '여성차별철폐조약'의 추진(84년), '국제인권규약 B규약' 가입(90년) 등에 따라 국내법의 정비가 요구되어 민법(90년 개정)과 국적법 개정에 착수하여 92년에 '국적법 개정시안'이 나와 있었다. 이 단계에서 이미 부모양계주의 전환이 명시되었는데 이중국적이 되는 아이의 한국국적에 대해 생후 3개월 이내에 국적유보 수속을 밟지 않으면 국적을 취득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의 현실태에 비추어 너무나 비현실적이며 기민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또 국내의 보수세력에서의 "부계혈통의 전통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반대의견이 나와 개정작업이 암초에 부딪친 상태였다.

그러나 근년 국내에서의 국제결혼의 증가에 따라 한국인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이의 한국적 취득 요구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 신청이 나와 있는 등 조기개정이 요구되고 있었다.

이중 국적 배제는 동포 상황의 무시

이번 개정을 재일(해외)동포의 상황에 비추어 보면 92년 시안에서의 '국적유보'제도가 철회된 사실과 한국인 여성이 낳은 아이도 한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지금까지의 부계혈통주의에서는 어머니가 한국인일 경우 아이의 국적은 아버지의 국적이 된다). 이에 따라 국제결혼의 경우, 부모의 어느 한쪽이 한국인이라면 한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되었으며(동시에 또 한편의 국적도 취득한다) 이중국적자가 된다.

그러나 문제점은 한국정부가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아이의 이중국적자를 적극적으로 배제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이중국적이 된 자는 21세까지 외국적을 이탈하고 한국적을 선택한다는 것을 한국 법무부에 신고해야 하며 신고하지 않는 자는 자동적으로 한국적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국적법(85년에 양계주의론 개정)에서도 이중국적자는 22세까지 국적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어 있다. 일본에서 국제결혼하여 태어나 자란 이중국적을 가진 3, 4세가 적극적으로 일본국적을 이탈하여 한국적을 선택한다는 객관조건은 거의 없을 정도이며 한국정부가 스스로 그와 같은 조건에 놓여 있는 해외동포를 무시하고 적극적으로 잘라 낸다는 것과 다름없다.

'기민정책'을 시정해야

이전부터 한국정부의 해외동포에 대한 시점은 '기민'이라고 비판받아 왔다. 이번에도 또 이중국적자의 적극 배제라는 '기민' 정책을 답습했다. 재일동포의 95년도 국제결혼율은 83%(건수)나 된다. 이중국적 배제는 이렇게하여 태어난 아이들의 한국적을 사실상 배제하는 '기민정책'이다.

국제결혼이나 이중국적에 대한 시비의 논의는 있다 하더라도 해외동포, 특히 재일동포의 세대교체 진행에 따른 민족의식의 희박화와 동화 경향의 심화에 대한 책임은 한국 정부에도 있다 하겠다. 또 민단도 빈번히 '서울 참배' 하면서도 재일동포의 권익옹호를 위해 보다 나은 민족적 환경과 처우를 한국정부에 요구해 왔는가 어떤가는 이번 일로서 다시 문제삼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한국정부는 해외동포의 상황을 인식하고 배제-기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중국적자를 배제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고 같은 동포로서 받아들일 자세를 가져야 하며 해외동포의 민족성회복 사업에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이용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