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838호(97.12.1)

경제시평>

한국 경제가 파탄된 요인

곽양춘 릿쿄대학 조교수

IMF에 자금 요청

한국의 임창열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지난달 21일 금융위기를 회피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지원을 정식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지원규모에 대해서는 "당면해서 총액 200억 달러를 약간 상회하는 액수가 있으면 위기를 회피할 수 있다"고 말하고 IMF로부터 55억 달러의 융자와 나머지는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원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통화위기를 계기로 IMF지원을 받기로 한 나라는 타이 인도네시아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가 된다. 그러나 타이나 인도네시아와는 달리 지난해 선진국 클럽의 OECD에 가맹한 한국으로서는 국제금융기관에 지원을 요청한다는 것은 '굴욕적'이라는 지적이 일본 금융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 지원요청에 앞서 한국정부는 지난달 19일 금융안정화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불량채권처리기금을 당초의 3조5,000원(1원=0.11엔)에서 10조원으로 확대한다 △자산실적조사를 추진하여 금융기관을 3단계 등급으로 분류, 최저의 등급기관이 권고에 따르지 않을 경우 강제정리도 한다 △경제난에 놓여있는 금융기관의 정리·통합을 추진하기 위해 저금보험공사 등에 정부보유 주식 등 8조원을 투입한다 △그 기금으로 모든 금융기관의 저금주에 대해 앞으로 3년 동안 저금원리를 보장한다 △하루의 외환변동폭을 현행 2.25%에서 10%로 확대한다 등이다.

한편 김영삼 정권은 금융불안발생의 책임을 지워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을 경질하고 임창열 씨를 임명했다. 93년 2월에 탄생한 김영삼 정권하에서 불과 5년도 안되는 사이에 경제정책의 최고책임자인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잇달아 교체되어 이번이 7명째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책임은 그러한 경제정책자를 임명한 김영삼 대통령에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또 금융불안의 근저에 있는 취약한 산업구조에 대한 개혁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눈앞의 통화불안을 무사히 넘겼다하더라도 근본적해결=경제구조의 개혁에 착수하지 않으면 또다시 금융불안이 일어날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이상, 김영삼 대통령은 최고통치자로서 정치생명을 걸고 발본적 개혁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경제 위기에 처한 요인

그러면 한국경제가 경제위기에 처한 요인은 무엇인가. 그것은 뭐라해도 국제경쟁력의 저하와 그에 따른 국제신용력의 저하, 나아가 재벌중심의 비효율적인 경제구조에 그 요인이 있다.

국제경쟁력이 저하한 배경으로서 90년대 이후 고성장의 견인차였던 자동차, 반도체, 가전산업 등이 잇달아 수출경쟁력을 저하시킨 것을 들 수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대우자동차가 97년 1월에 연산 30만대의 생산력을 가진 공장을 신설했으며 현대그룹,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이 연달아 설비를 확장하여 연간 400만대의 생산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한편 96년의 국내수요는 164만대, 수출은 121만대에 불과하며 과잉생산에 따른 과당경쟁상태에 빠져 있다. 더구나 98년부터 삼성중공업이 새로이 자동차산업에 참가하게 되면 지금 이상으로 과잉생산에 부닥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하다.

또 한국최대의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시황이 악화한 것도 경쟁력 저하원인의 하나이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64MDRAM에서는 세계 최대의 생산량을 자랑하고 있으나 대량생산의 결과 국제적 메모리가격의 폭락을 가져오게 했다.

이러한 상황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이 96년에 들어서 일본의 엔화하락기조이다. 한국의 수출품목의 대부분이 일본기업과 경합하고 있다. 엔고로 인해 일본의 수출환경이 악화했을 때는 좋으나 엔저에 따라 일본기업의 수출경쟁력이 강화되면 한국의 수출산업의 경영은 악화한다. 현재의 한국의 수출산업의 국제경제력 저하는 바로 엔저에 따른 일본의 수출제품의 경쟁력 강화=한국의 수출산업 경쟁력 저하에 의한 점이 크다.

이러한 가운데 금년에 들어 한국에서는 재벌그룹이 잇달아 경영난으로 도산했다. 우선 재벌순위 14위의 한보그룹의 경영위기가 표면화한 것을 시초로하여 진로, 삼미, 대농, 기아 등 연이어 재벌 경영이 정돈상태에 빠져 그러한 기업에 융자한 금융기관의 불량채권문제가 심각하게 된 것이다. 더구나 설비자금을 장기자금이 아니라 조달이 편리한 단기자금에 의지한 것이 치명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금융기관의 불량채권은 32조원으로서 98년도의 국가예산안의 약 45%에 이른다. 더구나 한국이 안고 있는 대외채무는 1,100억 달러 중 675억 달러가 단기채무이다. 기업의 안이한 자금조달방법이나 수출경쟁력이 저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혁신이나 기업의 경영노력의 향상 등을 지도해 오지 않았던 정부의 책임은 중대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심각함을 더하는 한국 경제

한국정부내에서는 IMF나 미일 양국으로부터의 자금조달로 당면의 위기는 회피했다는 안도감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I MF의 자금원조에는 재정긴축정책이나 구조조정 따위의 심각한컨디셔내리티(융자조건)이 따른다. 그 결과 고인플레나 과감한 해고에 따른 고실업이라는 사태가 일어날 것이 예상된다. 그러한 고통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노동자들에 악영향이 미치게 된다. 그 때 항상 열악한 상태로 몰리고 있는 노동자들이 참고 있을까. 한국경제는 더욱 어려운 상태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