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838호(97.12.1)

논설

4자회담 개최 합의가 가지는 의미와 전망

1년8개월에 걸쳐 협상을 계속해 온 4자회담(남·북·미·중)의 본회담이 9일부터 제네바에서 열리게 됐다. 지난달 21일 뉴욕에서 열린 예비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됴쿄와 서울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예비회담에서 그때까지 난항을 거듭해 온 본회담의 의제에 대해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과 긴장완화를 위한 제반 문제'로 단일화하기로 각 대표가 합의했다는 것이다.

11월23일자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이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담화에서 "우리는 4자회담에 참가하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히고 그 성사를 위하여 성의있는 노력을 다하여 왔다. 우리의 성의 있는 노력에 의하여 4자가 마주앉아 회담을 진행할 수 있는 신뢰와 정치적 분위기가 현재로서는 일정하게 조성되었고 지금까지 우리가 주장해 온 미군철수와 조미사이의 평화협정체결 문제를 4자회담에서 집중논의할 것이라는 전제가 주어진 조건에서 우리는 4자회담을 개최하기로 하였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무성 퍼리 부대변인은 24일 기자회견에서 "12월9일부터 제네바에서 열리는 한반도 평화4자회담에서는 주한미군 철수문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문제를 토의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강조했다. 그러나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은 23일 미 ABC-TV방송에서 북측이 주한미군문제를 언급하여도 미국으로서는 철수에 응할 수 없음을 새삼 표명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한국측은 최근의 경제 위기나 다가오는 대선 때문에 정신을 못차린 것 같아서 미국측과 거의 같은 대응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 언론도 크게 취급하지 않고 있다. 중국측의 반응으로서는 24일자 <신화사(新華社)통신>(국영)이 "4자회담 본회담에서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고 전기심(錢其 )외교부장의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때를 같이하여 북미간의 관계개선이 진전하고 있다. 북미합의에 의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 EDO)의 경수로 건설(함경남도신포시금호구역)이 진행되고 있다. 10월에는 4차례에 걸쳐 미군 유해의 공동발굴·반환이 이뤄졌으며 미 정부에 의한 대북 식량지원도 올해만 해도 5,700만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미 상하 양원 유력 의원들의 방북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 26일에는 이북의 김계관(金桂寬)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미 국무성에 초청을 받아 처음으로 워싱턴을 방문, 카트맨 차관보 등과 쌍방의 연락사무소의 개설, 미사일협의 재개, 식량지원, 미군유해 반환 문제 등에 대해 협의했다. 북미간에서는 내년에도 긴장완화를 위해 쌍방의 장성급 군사협의가 이뤄진다는 보도도 있다.

이같이 이북의 반응을 포함해서 각국의 대응모습을 열거한 것은 됴쿄나 서울측의 보도만으로는 4자회담 본회담의 사태와 내용, 배경 등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서 9일부터 시작되는 4자회담 본회담의 의의와 전망을 어떻게 볼 것인가.

우선 지금까지 2년가까이 걸쳐 설명회, 예비회담 등 거듭하여 온 4자회담 본회담이 열리게 된 것은 한반도의 평화체제 확립, 긴장완화와 안정, 나아가 평화통일,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것이므로 환영한다.

그러나 이 4자회담은 의제의 합의만 해도 1년8개월이란 시간이 필요했듯이 본질적, 정치적으로 극히 복잡한 역사적인 관계가 내포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철수문제, 평화유지의 '당사자'문제가 그것이다.

의제의 표면적인 표현은 어떻든간에 본회담에서 미군철수 문제를 토의하기로 된 것은 한반도의 평화에 관해서는 미군문제가 필수적이란 것을 말해 준다. 현 휴전협정의 조인 당사자는 이북·미국(그리고 중국)이며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군에 대한 작전지휘권을 장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연일처럼 강행되는 이북을 대상으로 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보더라도 주한미군의 철수시기, 임무와 역할(이북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간에서 중립의 평화적 역할) 등에 대해서 군사적 당사자로서의 미국측의 대응이 문제시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국이'논의 제한'에 반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같이 미국측이 북·미기본합의의 군사적, 경제적인 내용을 준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측도 민족·통일문제의 당사자로서 우선 남북합의서의 내용에 기초하여 '붕괴 촉진'적 적대적 자세를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해 나가면 4자회담에는 전망이 있을 것이다. 이북에서는 김정일 씨가 총비서 추대를 전후하여 남북관계, 미일과의 관계개선에 의욕적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한미일 강경파에 의한 '이북 압살'자세가 계속된다면 본회담의 난항, 장기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김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