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838호(97.12.1)

주장

대선에 대한 우리의 입장

제15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18일에 실시된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는 국민모두가 나라의 주인된 입장에서 시대와 민족의 요청을 올바로 인식하고 국민과 민족의 활로를 새로이 개척해 나가는 길을 선택할 것을 요청받고 있다.

이번 대선은 21세기의 문턱에서 실시된다는 점에서 민족의 진로문제가 핵심과제로 되지 않으면 않된다. 다시 말하면 20세기에서 21세기로의 전환기에서 현재 우리들은 민족최대 비극인 분단을 20세기로서 끝장 낼 것인가 아니면 분열상태를 21세기까지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결단을 이번 대선에서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도 선거양상은 이같은 가장 절박하고도 성실한 시대적 요청을 외면한 채 오직 집권욕에 사로잡힌 보수정객들의 쟁투로 얼룩지고 있다. 그들은 정치부패의 근원인 3김정치를 청산하고 깨끗한 정치를 실현하자느니 또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 민주정치를 이룩해 보자느니 세대교체로 새로운 정치시대를 열어 보자는 등 말한다. 모두 다 일리 있는 주장들이고 냉전시대와 분단시대의 낡은 정치와 정치판을 갈아엎고 새 정치토양을 닦기 위해서 필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은 20세기 안에 분단을 극복하고 21세기를 통일조국의 영광의 시대로 빛내가자는 시대적, 민족적 임무관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 구호, 집권을 위한 캐치프레이즈로서 외치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실정에서 말하자면 새 정치와 새 정치시대는 분단시대를 넘어서는 역사의식과 민족관, 정치관을 가지지 않고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

현재 유력후보로 이름이 오르고 있는 후보들은 이런 점에서는 다 같은 사람들이다. 또한 유력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국가부도 상태에 이른 파국적 경제위기를 재생시키겠다고 외치면서 내놓은 처방이란 국제통화기금에서 구제금융을 끌어내겠다는 것이 고작이다. 식자들이 일치하게 지적하고 있듯이 국제통화기금에서 구제금융을 얻어내면 그것으로 우선 급한 불을 끌수 있겠지만 우리가 지불하는 대가는 경제주권의 상실을 가져오며 그것은 경제의 신탁통치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오늘의 경제위기의 원인은 김영삼정권의 경제정책의 실패에 있지만 그 근본 원인은 분단예속경제체질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는 <통일만이 살길이다>는 구호가 진리로 되며 민족의 활로는 통일에 찾아야 한다. 정치인은 통일정책을 제일 우선과제로 내놓아야 하며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제도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보수유력후보는 분단의 종식이냐 계속이냐를 가르는 역사적인 전환기의 정치를 책임질 인물로서는 부적합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식민지에서 분단시대로 이어 온 비운의 시대 20세기를 청산하고 민족이 웅비하는 통일조국의 시대로 국민을 이끌어 가는 세력은 냉전사상과 분단의식에 오염된 구세대 구정치인이 아니라 자기 조국과 민족을 가장 귀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주체적인 민족관, 분단의식을 넘어서는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을 소유한 민주진보세력이다.

민중을 핵으로 하는 민주진보세력은 자신들이야 말로 나라와 정치의 주인이라는 주체의식과 긍지를 가지고 철통같이 단결하여 이번 대선에서 자신의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도록 전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21세기의 민족운명 개척의 위력을 발휘하는 정치역량으로 성장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