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818호(97.4.21)

<해설>

경제 저미의 요인은 무엇인가(3)

곽양춘(릿교대학 조교수)

김영삼 정권의 임기가 일년 남짓밖에 남아 있지 않는데 이 시점에서 한국경제는 위기에 빠져 있다. 지난달 23일 금융연구원이 밝힌 '국가위험지표'에 따르면 경상수지의 적자 확대와 이에 따른 기업부도 영향으로 한국의 국가위험도가 지난해 11월 이후 점차 올라가 외화위기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연구원은 현재의 한국경제는 △원화 평가절하의 지속 △높은 통화증가율 △외화보유액의 감소 등 모든 구성지표가 상승경향에 있어 국가위험도가 우려될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가오는 금융위기

특히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외화보유액에 대한 총통화비율은 지난해 9월부터 멕시코가 금융위기에 빠진 94년 수준의 6.0을 이미 넘고 있다. 이 금융위기를 증명하는 듯이 현재 한국의 은행의 부실화가 진행되고 있다. 즉 국내 6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은 전체 채권의 14.3%에 해당하는 23조3,000억원에 이른다. 일본 등 선진국이 5∼6% 수준임을 감안하면 부실채권의 정도가 얼마만큼 심각한가 알 수 있다.

이에 최근의 환차손(換差損)과 주가하락에 따른 평가손(評價損)마저 겹쳐 한국의 각 은행의 순이익은 매년 감소경향에 있다. 그 결과 외국의 금융전문가는 이미 한국의 많은 은행이 파산직전에 놓여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실을 증명하듯이 한보의 경영파탄을 계기로 해외에서 한국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도가 떨어지고 있다. 미국의 연방준비이사회(FRB)는 지난달 13일 한국계은행의 미국지점에 유동성의 확보 등에 대한 대응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보와 거래관계가 있는 일부 한국계은행이 한보의 담보가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융자를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의 금융시스템 그 자체에 대한 불신감이 만연한 결과이다. 경영부실화의 책임은 물론 은행에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정부와 여당이 은행인사에 개입, 대출에 압력을 행사하여 거액의 부실채권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오늘의 현정권에 의한 금융정책의 실패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증대하는 기업도산

한국경제의 위기적 상황은 이뿐만 아니다. 3월에 들어 20일까지 공휴일을 제외한 16일간 서울지역에서 부도로 당좌거래가 정지된 기업은 법인기업 242사, 개인기업 147사 등 합계 389사에 달한다. 이것은 하루 평균 24사로 지난해의 하루 평균 15사는 물론, 한보사태 후 2월말까지의 평균 18사보다 훨씬 많다. 또 서울의 부도기업수가 전체의 40% 정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에 들어 전국의 부도기업 수는 900∼1,000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적 상황에 대해 김영삼 정권은 경상수지 적자의 개선이란 명목으로 '과소비' 억제 캠페인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번에는 이것이 구미 여러 나라와의 통상마찰로 발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즉 구미 여러 나라는 "한국정부가 캠페인을 통해 수입억제를 주장한 결과 대한국 수출에 타격이 생겼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현재의 한국정부에게는 무역적자·경상수지 적자를 개선하는 수단조차 대외 압력으로 봉쇄되고 있는 것이다.

4년 동안의 김영삼 정권

4년 전 김 정권이 등장했을 때 경제활성화의 우선 정책으로 자신 있게 제창한 것이 사채 시장의 표면화라는 금융정책이었다. 그러나 4년 지난 지금, 한국경제의 최대의 위기는 그 금융정책의 실패에 따른 위기이다. 현정권이 집행해 온 4년 동안의 경제정책, 그것은 한국 국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에 불과했다. 김 정권이 지은 죄는 너무나도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