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818호(97.4.21)

<주장>

이북 동포 돕기 운동을 적극 벌여 나가자

이 지구상에 인류가 탄생한 이래 인류의 역사란 자연재해와의 싸움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오늘에 와서도 인류는 자연재해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한신·아와지 대진재의 발생은 자연재해 앞에서는 인류는 아직껏 무력함을 말해 주고 있다. 자연재해는 지진뿐만 아니다. 쌀이 남아서 골치 아파하던 일본에서도 몇 년 전, 이상 기후로 흉작이 들자 국제 시장부터 쌀을 사들여야만 했었다. 인류는 앞으로도 자연재해와 싸워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 알다시피 북한에서는 95년에 사상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대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고 설상가상으로 96년에도 큰 홍수가 북한 땅을 강타하였다. 매년 풍작을 자랑하던 일본도 단 한 번의 이상 기후로 쌀이 모자라 큰 혼란에 겪었던 사실을 상기해 보면 일본보다 훨씬 자연 조건이 사나운 데다가 경작지도 그리 넓지 않는 이북이 두 해에 걸쳐 대홍수로 다 지어 노은 농사를 망치고 비축미마저 유실 당했다고 하면 식량난은 우리의 상상을 넘을 것이다. 자주 자립을 원칙으로 삼는 이북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한 것을 보더라도 그 심각성은 누구나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유엔인도국(DHA) 등은 "인도상의 재난이라 할 수 있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1억2,600만 달러의 긴급 지원을 요청하였다. 국내에서는 국제사회가 북한 동포를 돕자는 데 같은 동포의 우리가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원로급 인사들이 앞장섰고 종교, 재야, 노조, 여성, 시민, 학생 단체 할 것 없이 앞다투어 모금운동에 나서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이 살고 있는 곳마다에서 '동포 돕기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지난달 30일에 열린 한통련 제5차 대의원대회에서 많은 대의원부터 "동족인 이북 동포가 사상 최대의 시련을 겪고 있는데 우리도 힘껏 도와야 한다"는 의견이 속출하여, 작년 재작년에 이어 '이북 동포에게 쌀 500톤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는 한 핏줄을 이어 받은 동족의 시련을 동포애로서 힘을 합쳐 극복하려는 절절한 마음에서 우러 나온 것이다.

그런데 재일동포사회의 한쪽을 대표한다는 조직에서 "시련을 겪고 있는 북한 동포를 돕자'는 움직임이 전혀 안 보인다. 지난해에 재미동포들이 '북한수재동포 돕기 쌀 한 포대 보내기 운동'을 벌여 10만 달러를 모금한 일이 있다. '잠수함 사건'이 터지자 어느 교회 목사가 모금을 중단한다고 하였다. 교인들이 그 이유를 캐묻자 "총영사관에서 모금을 중단할 것을 종용해 왔다"는 것이었다. 일본에서도 모기관부터 그런 '종용'이 있었기 때문인가.

우리가 북한 동포를 돕자는 이유는 지금 북녘 땅에서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핏줄을 나눈 동족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고래로부터 서로 상부상조하는 미풍양속을 갖고 살아 온 민족이다. 동족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돕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민족의 성원이라면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에 사상과 정치 논리를 개입시켜서 무엇을 들어주면 지원을 하고 안 들어주면 못하다고 하면서 남이 하는 지원까지 막아 나서는 것은 반인륜적이며 민족적으로도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행동은 아무리 정치 이데올로기를 앞장세워도 절대로 정당화 될 수 없는 반민족적인 행위이다.

국제 기관 등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의 식량난은 올 5, 6월이 고비라고 한다. 식량 지원도 때를 놓치면 안된다. 우리는 동포애를 발휘하여 '이북 동포에게 쌀 500톤 보내기 운동'에 한사람 같이 나서서 기어이 성사시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