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1164(09.08.01)


<독서안내>

  '조선전쟁의 사회사'  

   김동춘 지음, 김미혜 외 옮김 , 헤본샤 4800

 

피난·점령·학살의 기억

 

  "바로 조선전쟁은 현재 진행중이다" 이 책의 첫 페이지에 있는 한 구절이다.

  실지로 한국전쟁은 정전상태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을 저자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증좌한다. 즉 한국정부와 공식견해와 다른 시점, 전쟁 최대의 피해자인 민중의 시점에서 '피난·점령·학살'이라는 정부가 관리하는 공식 기억으로서는 '건드려서는 안되는 영역', 한편 민중자신이 박해가 두려워 기억하려 하지 않고 결국은 죽여온 '고난의 기억'을 소생시키는 이 책이 태어나기까지 적어도 반세기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던 것에서. 또 한반도에 사는 하나의 민족 실체인 민중이 두개의 국가와 체제로 분단된 모순 속에서 '전후'에도 학살과 정치폭력에 의한 죽음이 강제되고 계속되어온 것. 그리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 지역에 평화체제가 구축되어있지 않은 것. 무엇보다도 한반도가 분단되어있는 것. 이러한 것으로 저자는 이 책 전체에서 '진행 중'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1 '또 하나의 전쟁'에서는 지금까지의 '어느 쪽이 먼저 방아쇠를 당겼는가. 왜 전쟁이 일어났는가'하는 추궁하는 방식에 의의를 제기하고 이 책의 방법을 제시한다. '전쟁 중에 어떤 사건이 왜 일어났는가'. 그것이 전후 '한국의 정치사회에 어떻게 반복, 재생산되었는가'라는 물음. 전투가 아닌 '정치현상'으로서 전쟁의 성격을 규명한다는 것이다. 미셸 후코의 "정치는 전쟁의 연장이다. 국가권력 또는 지배방식은 전쟁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사회질서가 반복, 재생산되는 것이다. 모든 사회에는 전쟁의 흔적이 남아있다"는 주장·명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북에도 해당된다.

  2 '피난'은 북한 인민군의 남하에 이승만이 냉정하게 피난하고, 민중은 전쟁을 실감하지 못하고, 군은 혼란한 개전 당초의 사태를 통해 이 전쟁의 의미를 밝힌다. 즉 이승만은 미군이 참전할 때까지 '국가인 자신'이 살아남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한편 '피난'은 전선이 한반도를 남북으로 왔다갔다했기 때문에 민중에게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3 '점령'에서는 일종의 내전에서 시작된 한국전쟁이 국제전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서울을 비롯한 한반도 거의 전역에서 두번이나 세계가 뒤집힌 경험의 의미를 추구한다. 거기에서 군인이 아닌 민중의 목표는 '어떻게 살아남는가'였다.

  4 '학살'은 이 책 속에서 가장 무거운 내용을 가진다. 왜 그러한 일이 일어났는가를 물을 때 하나는 일본제국주의 지배의 영향, 다음으로 미국이 추진한 반공주의와 그에 따른 친일파의 난동이 떠오른다. 그러나 좌우 양쪽이 동족을 잔인하게 학살한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거기에 사이비 인종주의로서 기능 하는 '빨갱이' '매국노' 등의 말이 부착된다. 

  5 '국가주의를 넘어서'에서는 한국전쟁의 본질을 묻는다. 전쟁의 수혜자인 미국과 중국, 일본, 남북의 지배집단. 최대의 피해자인 참전으로 사망·부상한 군인과 가족, 학살된 사람들, 이산가족, 분단체제 때문에 복지를 누릴 수 없는 남북의 주민. 여기에서 한국전쟁을 냉전적·국가 중심적 시각에서 탈피하여 민족 중심적 시각을 회복하여 "민족문제를 사회적·인간적 차원에서 즉 사회 구성원의 차별, 고통과 희생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제안한다. 이 입장은 한반도와 동아시아를 넘어 강한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는 사진이 많이 첨부되어 있다. 처형을 앞둔 빨치산이 물끄러미 이쪽을 응시하는 눈길을, 아들의 죽음을 비탄하는 어머니의 통곡을 독자는 이해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 무수한 죽음이 메워진 대부의 책의 주제는 즉 인류 최대의 악인 식민지주의 청산이라는 것이 무겁게 실감된다.

(황영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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