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1009호 (03.06.21)


<초점>

6·15공동선언 파탄내는 대북송금 수사

특검('대북 송금 의혹'문제에 관한 특별검사팀에 의한 수사)에 대한 내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 금융감독위원장과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이 구속되고 전 국정원기조실장과 현대그룹 사장이 불구속 기소된 데 이어 남북정상회담에 관여한 핵심인사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이 소환 조사를 받은 후 17일 밤 박지원 전 장관이 체포되었다.

현단계에서의 특검의 개요는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전 청와대가 주도, 국정원이 개입하여 현대그룹과 한국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5억달러를 비밀리에 북에 송금했는데 그(대출 송금)과정에서 직권남용에 의한 부정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대북송금과 관련한 지휘계통에 대한 추궁은 궁극적으로 김대중 전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뻗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고 있다. 사태가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에 상당히 악영향을 줄 것이 틀림없다. 김 전 대통령은 15일 KBS텔레비전 대담에서 특검에 의한 사법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재차 밝히고 "국가와 경제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이 부정 비리가 없음에도 사법처리의 대상이 된 것이 당시 책임자로서 가슴아프다"고 말했다.

사태의 전개에 우려와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사회단체도 특검에 반대하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통일연대는 5일 '6·15선언 파탄내고 민족공조 훼손하는 대북송금 특검 중단촉구대회'를 열고 "특검은 한나라당과 미국의 음모에 의해 꾸며진 것이며 이런 특검 결과는 남북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것"이라고 주장했다. 15일에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도 남북공동선언 3주년을 맞아 공동성명을 발표, 특검수사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일관하게 비판해온 야당과 보수언론은 올해 초 '국민의 알 권리'와 '투명한 남북관계'라는 명분을 내걸고 남북정상회담과 대북 송금문제에 대한 특검법 제정을 요구,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법안을 강행채결시켰다 노 대통령은 거부권행사를 요구하는 정부·여당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이를 받아 들였다. 그 배경에는 야당과 타협함으로써 '여야 공생'을 추진하는 한편, 남북정상회담과 대북 송금문제에 냉담한 경상도 주민의 여론을 무마하여 내년 총선거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외교사에도 국익우선을 명목으로 하여 여태까지 교섭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한국에서도 역대 정부의 대북 밀사 파견이나 북방외교에 막대한 돈이 움직인 사실 등에 대해 추궁을 한 적이 없다.

적대적인 남북관계를 전환한다는 역사적 결단으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마치 돈으로 매수한 범죄행위인 것처럼 추궁하는 특검 전개는 6·15공동선언을 백지화시키려는 내외반동의 음모에 의한 것이며 '핵문제'를 이유로 압박하는 미국의 전쟁책동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는 강한 비판이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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