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1004호 (03.04.21)


<민족시평>

미국의 무모한 대북 전쟁정책은 파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4월 9일, 미·영 연합군이 수도 바그다드에 점령하면서 이라크 침략전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침략군이 점령군으로 모습을 바꾸어 이제 미국 침략군에 의한 점령통치가 시작되려는 참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 명분은 '테러지원 혐의'와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였다. 그러나 이라크 전역을 거의 제압한 상황에서도 미국은 후세인 정권이 9·11 대미 동시 다발 테러를 지원한 어떠한 단서도 잡지 못했으며, 생물·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입증할 만한 아무런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애초부터 이라크 침략전쟁의 목적은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는데 있었던 것이다. 친미정권 수립을 통해 이라크의 석유 자원을 확보하고 부시 정권이 추진해 온 세계 패권전략을 기어이 관철해 보겠다는 제국주의적 야망이 여지없이 폭로된 것이 이번 침략전쟁이었다.

확산하는 반미여론과 미 국의 정치·도덕적 패배

미국은 '이라크의 자유 작전', '충격과 공포'라고 자화자찬한 이번 침략전쟁을 통해 막강한 군사력을 또 다시 온 세계에 과시하였다. 이는 미국의 군사적 승리가 될 수는 있어도 결코 정치·도덕적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과 영국은 철저히 외면 당했다. 미국이 제출한 이라크 결의안에 확고한 지지를 보낸 나라는 15개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4개국에 불과했으며 앙고라나 기니와 같이 평소에 미국이 거들떠보지도 않던 나라들마저 끝내 미국의 오만과 독선에 반기를 든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침략을 개시하면서 30개 나라가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며 호언하였으나 상황을 냉철히 바라본다면 세계의 150개 가까운 나라들이 침략전쟁을 반대했다는 것이 진상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해진 미국의 국제적 고립은 정치적 패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또한 아무리 '자유'니 '민주화'니 하고 듣기 좋은 소리를 불러대도 이라크 민중들이 침략군이자 점령군인 미군을 해방군으로 맞이할 리가 없는 것이다. 바그다드의 한 시민이 말했듯이 이라크 국민은 미국에 자유를 구걸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걸프전쟁 이후 10여년에 걸친 잔인한 경제제재를 누가 주도했으며 누구 때문에 이라크 경제가 파괴되고 민중 생활이 파탄되었는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최첨단 기술로 가공할 살상능력을 지닌 무기를 대량 동원해서 감행된 이번 전쟁에서 엄청난 희생을 치른 이라크 민중들의 분노와 적개심은 결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벌써부터 이라크 국민들은 "양키 고홈"을 부르짖고 있는데 미국은 앞으로 스스로의 도덕적 패배가 얼마나 컸던가를 이라크 민중들의 끊임없는 항거를 통해 깨닫게 될 것이다.

적대적인 대한반도정책을 전환해야

미국은 이라크 침략전쟁을 끝낸 후에는 이북, 이란, 시리아 등에 침략의 총부리를 돌리게 될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현재 한반도정세는 극도로 긴장되고 있다. '북핵문제'는 전쟁을 하기 위해 미국이 조작한 것이며 본질문제는 세계 제패전략에 따른 대북압살책동인 것이다. 일본언론은 진실을 왜곡하여 '북의 위협'을 선전하고 있으나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은 평양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워싱턴에서 오고 있다.

평양은 전쟁을 막기 위해 불가침조약을 제기하나 워싱턴은 이를 거부하는 한편, 서울에 압력을 넣어 올해도 대규모 대북 전쟁연습을 전개하지 않았는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전쟁 책동을 벌여 온 것은 북이 아니라 미국임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착각하지 말아야 하며 이라크와 북은 분명히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라크에서 써먹은 국제사찰을 통한 무장해제 전술은 북에 대해서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 미국의 교활한 전술을 간파한 북은 NPT와 IAEA가 아니라 자위적 국방력의 강화만이 나라의 존엄과 국가의 안전을 보장해 준다는 철학에 의거해 왔다. 만일 부시 정권이 이라크에서의 승전에 도취되어 무모한 대북 전쟁을 감행한다면 미국은 돌이킬 수 없는 정치 군사적 수치를 맛보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레이니가 최근 미국 외교잡지에 기고한 글 속에서 이북 인민들의 국가와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남에서 광범하게 전개되는 각계각층 민중들의 반전·반미 평화운동은 세계 평화애호세력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그들의 가열찬 투쟁이 부시 정권의 대북 전쟁 야망을 기필코 좌절시키고야 말 것이다.

이북과의 대화를 회피해왔던 미국은 어쩔 수 없이 일단 대화를 받아들였다. 그 의도가 무엇인지는 회담에서 밝혀질 것이지만 회담의 성공여부는 미국이 클린턴시대의 제네바 합의문, 북미공동커뮤니케를 이행할 의사를 재확인하고 그를 실천할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가 어떤가에 달려있다.

미국은 흑백을 전도하지 말고 북미간의 약속을 준수하고 실천하는 태도로 돌아서야 한다. 우리 겨레는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전환을 요구하여 강력히 투쟁해 나가야 한다. (한라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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