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1004호 (03.04.21)


<주장>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와 정치수배를 조속히 해제하라

이달 초, 연세대에서 생이별한 '이산가족'들의 피눈물나는 상봉이 이루어졌다. 바로 한총련 수배자와 그 가족들이다. 검찰의 검거를 피해 도피생활을 하던 수배자들이 모처럼의 학내 공개 행사로 가족과 만난 것이다. 길게는 7년에서 2년 이상을 공안당국의 추적을 받으며 피신생활을 하는 동안, 이들 가족들도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인권침해를 감수해야 했다. 수배자가족에 대한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경찰의 회유와 협박, 가택수색, 감시, 도청에 시달려야 했고 쫓겨다니는 아들딸 걱정 때문에 심장병을 얻은 부모도 적지 않다.

수배자 본인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인권단체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건강검진에서 대부분의 수배자가 건강에 이상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위장병, 간 기능 이상, 협심증, 부정맥, 이명증, 혈소판저하증, 고도 근시, 허리디스크, 피부병, 탈모증 등 각종 질병과 심한 스트레스로 불안감 및 우울감을 수반한 정신 심리적 이상상태에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수배자들은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으며 평상시 숙면을 취하지 못하며, 여성수배자의 거의 반수가 생리이상 증세가 있으며 평균 1·7개의 질병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100명중 30명이 우울증세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쫓기는 몸이라 병원 치료도 못 받아 질병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한총련이 이적단체로 규정된 6년동안 1500명의 학생이 수배되었고 그중 787명이 구속, 13명이 수감중이며 현재 176명이 수배자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169개 대학이 한총련에 가입하고 있는데 가입대학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간부들은 무조건 자동적으로 수배자가 되어 당국에 쫓기고 있는 것이다.

새정부가 들어선 후 한총련 이적규정 철회문제와 수배자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사회가 수용해야 하는 이념과 가치의 폭을 넓혀야 한다"며 한총련 합법화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적극적 공론화에 나서고 있다. 또 강금실 법무부장관도 수배해제를 전향적 방향으로 풀어 나가겠다고 말하고 있으며 법무부는 준법서약을 요구하는 법무부령 개정작업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한총련에 대한 이적규정은 한총련이 이적행위를 해서가 아니라 정권위기 상황에 직면한 김영삼 정권에 의한 정치적 이적규정일 뿐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동안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은 당국의 모진 탄압을 받으면서도 자주 민주 통일의 깃발을 내걸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애국적운동의 선봉에 서 왔다. 활동과정에서 간혹 돌출행동이 있기는 했으나 이것이 이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학생들의 자유투표로 선출된 대학생 대표로 구성된 조직을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구속 수배하는 것은 사상과 양심, 결사의 자유를 유린하는 반민주적 처사이며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준법서약서 등 아무런 전제조건없이 수배를 해제하고 이적규정 딱지를 하루빨리 떼 주어야 한다. 나라의 장래를 책임질 학생들을 구시대의 유물인 국가보안법 등으로 사장한다면 나라의 전망은 어두워질 뿐이다.

11기 한총련 의장단은 한총련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새 조직을 건설해 합법화와 대학생 참여 강화 노력을 하겠다는 적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이적규정해제와 정치수배를 해제하여 그들이 과학의 발전과 사회진보에 적극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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