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986호 (02.10.01)


<민죽시평>

전쟁광들의 위험한 기도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보고 분석-

9월 20일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전보장전략' 보고는 부시 정권의 군사, 외교, 경제 등 국정 전반에 걸치는 기본전략을 표명한 포괄적 정책문서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지난해 10월의 국방태세 재검토 보고, 올해 1월의 핵태세 재검토 보고와 대통령의 의회 일반교서연설, 8월의 국방보고 등을 통해 소위 불량국가들에 대한 선제공격전략을 거듭 밝혀 왔다.

이번 '국가안보전략' 보고는 이러한 부시 독트린을 집대성한 것으로 그 내용 또한 막강한 군사력을 통해 세계패권을 유지하겠다는 지극히 독선적이며 위험한 망상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부시 정권 수뇌부의 이와 같은 호전적 성향을 대통령의 공식문서로 선언한 것이 이번 보고가 지니는 각별한 의미일 것이다.

자위권 행사 구실로 단독 선제공격 정당화

이번 보고를 통해 부시 정권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외교정책의 근간을 이뤘던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 봉쇄, 억지라는 안보 전략을 폐기하고 그 대신 대테러 전쟁에서 부득이할 경우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감행할 것이며 단독행동조차 주저하지 않겠다고 내외에 선포했다. 한 마디로 부시 독트린의 핵심은 선제공격권의 일방적 선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선제공격을 국가 방침으로 공식화한 것은 분쟁을 유엔 안보리의 틀 안에서 해결하려는 국제사회의 합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 20세기에 인류가 구축해 온 세계질서를 그 밑바탕부터 파괴하려는 패권주의 전쟁광들의 오만과 독선의 표출이다. 유엔 헌장은 침략을 받았을 때의 자위적 반격 말고는 그 어떠한 무력행사도 금지하고 있다. 구체적 침략행위가 없는데도 잠재적 '위협'을 이유로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면 무력충돌의 위험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위협'의 유무와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이 정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으며 오직 미국의 국익을 따라 독단적으로 평가되는 것이기에 그 위험은 엄청나다. 예컨대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얼마 전에 미 하원 군사위에 나가 "이라크가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하여 실제 위협이 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된다"고 열변을 토했다. 실제 이번 보고에서도 '현존하는 위협'이 아닌 '다가오는 위협'에 대해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가공할 내용이 들어 있다. 미국이 '악의 축'이라고 규정짓고, 그들이 '다가오는 위협'이라고 판단되면 일방적으로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것이 미국 새 안보전략의 핵심 개념인 것이다.

중대한 것은 부시 정권의 이와 같은 선제공격이 장래 어느 시점에서 실행될 막연한 계획이 아니라 지금 이라크에 대하여 감행하려고 모든 태세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 보고는 부시가 의회에 서한을 보내 이라크 공격에 대한 사실상의 백지 위임장을 요구한 바로 그 다음 날에 공표 되었음을 우리는 주시해야 한다.

미국의 오만한 일국 패권주의

부시 정권의 이라크 공격기도와 선제공격전략에 대하여 이번 유엔 총회에서도 각국 대표들이 준엄한 비판을 가했다. 21세기는 각국의 자주성이 존중되는 시대이며 지금 국제 사회는 어느 대국이라도 유엔을 무시하고 다른 나라를 선제공격하려는 오만과 독선이 통용되는 세계가 아니다. 오늘의 세계에서 군사·경제적으로 막강한 힘을 가진 초강대국이 선제공격의 정당화를 기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사태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는 '작은 미국'인 이스라엘이 9월 20일에 감행한 팔레스티나 자치정부 의장부에 대한 군사공격을 통해 그 위험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또한 이번 보고를 공표 하면서 미국 정부의 어느 고관이 선제공격의 대상으로 이라크와 함께 이북을 지목한 사실에 대하여 우리는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한다. 한반도는 바야흐로 6·15공동선언을 실천하는 단계로 접어들어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온 겨레의 열망이 소중한 열매를 맺으려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 호전광들의 위험한 전쟁 노름을 허용해서는 안되며 온 겨레의 단합된 힘으로 부시 정권의 오만한 기도를 분쇄해야 한다. (한라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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