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963호 (02.01.01)


<시국논평>

부시 정권의 강경정책과 한반도

마에다 야스히로(기타규슈대학 교수)

대규모의 '대미 파괴공작'이 발생한 이래 미국 부시 정권은 국제테러근절을 내걸고 세계의 동정을 사는 애원책에 나서는 한편 아무것도 개의치 않고 군사초대국으로서의 국익지상주의로 변했다. 전세계 각국에 대해 "미국 편인가 그렇지 않으면 적인가. 기치를 선명히 하라"는 무력을 배경으로 한 공갈외교로 돌진했다.

2001년 1월 발족이래 미국의 여러 잡지가 "이력서가 한 줄로 끝나는 질이 나쁜 인물"로 묘사하고 "분명히 재선은 있을 수 없다"고 혹평을 받은 대통령이 터워링 인페르노에 따라 지지율 90%이상이라는 기적적인 변신을 이루어냈다.

원래 '강한 미국'을 신봉하는 미국 국민들은 외양은 좋지 않더라도 두려운 존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위신을 회복해 줄 것으로 믿는 성향이 있다. 부시 대통령은 대미공격의 중심인물로 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씨 및 아르카이다의 섬멸을 노린 보복전쟁에 나서 맹렬한 아프간 공습을 감행하고 있다.

'Bread and bomb 작전'이라는 블랙 조크 그대로 빵과 폭탄을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머리 위에 투하했다. 오랜 내전과 기아에 허덕이는 세계 최빈국이 미국, 영국, 불란서, 독일, 이태리, 일본이라는 부유국 연계군 앞에 2개월을 버틸 리가 없었다.

미국의 거대한 위성텔레비 네트워크는 종일 주모자의 살해, 암살, 체포 …라며 제정신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말을 줄달아 내뱉고 일본의 언론도 앵무새처럼 흉내 내며 미국의 의사를 증폭하여 전달했다.

아프간 전쟁은 코끼리가 들쥐를 등치는 격으로 사실상 3개월도 되지 않아 종결했다. 그러나 이상한 보복심에 불타는 미국은 외교교섭에서는 할 수 없는 현안 과제, 즉 '미국의 세계지배에 따르지 않는 국가, 또는 민족을 살려둘 수는 없다'는 전통적인 호전적 정책을 이 기회를 틈타 단숨에 전세계에서 추진하려 하고 있다.

11월 하순 부시 대통령은 "다음에 공격할 표적"으로 이라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조선)에도 집요하게 핵무기 등의 개발을 둘러싸고 유엔의 사찰을 받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 명분은 "대량파괴무기로 세계를 위협하는 나라의 책임을 추궁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송두리째 유일의 핵무기 사용국인 미국을 향해야 할 것이다. 세계 최대의 핵무기 보유국이며 생물화학무기의 연구·개발·실용화에서 미국보다 앞선 국가는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미국은 12월, 러시아와 72년에 체결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조약에서 일방적으로 이탈하겠다고 결정했다. 미본토미사일방위(MD)계획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며 이 조약이 장애가 된다고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기주의가 그 이유이다.

또 부시 정권은 발전도상국내의 분쟁이나 내전에도 테러조직박멸을 명분으로 미군을 개입시킬 것이라고 한다. 부시 대통령은 분명히 방향을 잃고 이성을 잃고 있다. 바로 세계최대의 '깡패국가'가 혈안이 되어 흉기를 휘두르며 다음차례 포획물로 피의 축제를 지내려고 찾아다니고 있는 꼴에 다름 아니다. 세계는 미국이 "다음은 어디서 전쟁을 시작할 것인가"에 줄곧 위협받게 된다.

특히 미국의 북조선에 대한 정책의 극단적인 정상 이탈, 클린턴 전정권 말기의 융화정책과의 낙차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근본에서 위협하는 요소로 되고 있다. 미국의 존재 그 자체가 동아시아에서 위협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다.

전정권의 외교정책 계승을 부정하고 등장한 부시 대통령은 6월 6일 조미대화재개 조건을 제시했다.

북조선은 대미테러발생 이튿날 테러와 그 지원에 대한 반대를 표명, 또 11월에는 반테러에 관한 국제협약에 가맹했다. 그러나 미국은 적시정책인 '테러지원국가 리스트'에서 북조선을 제외하지 않았다. 북조선은 유엔대사를 국장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 조미관계개선의 포석을 던졌다.

미국이 대북정책의 궤도수정을 하지 않는 이유는 몇 가지 들 수 있다. 대미파괴공작 발생으로 부시정권은 세계정치에서 지배력을 회복했다고 오인하고 이를 절호의 기회로 삼고 본성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21세기 첫 전쟁'으로 명명한 부시 대통령은 '21세기 형'의 군사대국으로서 새 세기에도 군림할 수 있을 것으로 몽상하고 있다.

고이즈미 정권은 그러한 미국에 추종하여 평화헌법을 무시하고 미군지원법을 성립시켜 전쟁참가의 길을 터놓았다. "속국 일본은 미국추종의 사고 정지(思考停止)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12월 26일치 뉴스 위크지)라고 야유하고 있는데 이 미국 의존 체질이야말로 구세기의 유물이다.

아프간이후 미국주도의 세계가 경제 무역면에서는 물론 정치, 문화, 여러 제도, 모든 분야에서 쇠퇴를 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국제무대에서 위축화하는 미국과 한 발자욱 거리를 두고 조일관계 개선,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공헌하는 것이 일본에 기대되고 있는 국가상(國家像)일 것이다.

일본 민중이 속히 그 회답을 내야할 때가 다가와있다.

<민족시보 www.korea-ht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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