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963호 (02.01.01)


<민족시평>

'게이트 공화국'의 한심한 실태

MC코리아 소유주인 진승현씨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젊은 벤처 기업가의 단순 대출 비리로 알려졌던 이 사건은 그러나 정치권을 흔들 뇌관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김은성 국가정보원 전 2차장이 사건 수사 초기 단계부터 진씨를 구해내기 위해 검찰과 청와대 등 권력핵심 부서에 전방위 구명활동을 벌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과연 로비 자금을 받은 정치인이 누구인지, 국정원이 어디까지 이 비리 사건에 개입했는지 깊어지는 의혹과 함께 국민의 분노는 날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지금 진승현 게이트에 대한 초점은 신광옥 법무부 차관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진씨의 돈을 건네 받았는지에 모아지고 있다. 신 차관은 한푼이라도 받았으면 할복자살을 하겠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였으나 검찰 조사과정에서 진씨가 민주당 교육특위 부위원장 최택곤씨 한테 신 차관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1억 5900만원을 건네주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신 차관은 12월 14일 사표를 제출하여 수리되었다. 검찰은 또 진씨가 재작년 4월 최씨를 통해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신씨에게 돈을 준 다음달, 검찰청 조사과(일명 사직동팀, 민정수석비서관의 지휘를 받음)에서 진씨에 대한 호의적인 조사보고서가 작성된 사실도 확인했다고 한다.

그러나 진승현 게이트의 실체를 규명해줄 인물은 신 전 차관보다는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이다. 검찰은 이미 진씨의 자금이 김 전 차장의 관련 계좌로 흘러들어 갔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 전 차장은 재작년 진승현 게이트 1차 수사 당시 자신이 직접 검찰을 찾아가 검찰 수뇌부에 진씨에 대한 선처를 부탁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이 말을 듣지 안자 권력층 핵심 인사의 이름을 대면서 노골적인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진승현 게이트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이번 사건의 실체를 국정원 게이트로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김영삼 전 정권 말기에 일어난 한보사태와 너무나도 유사한 권력형 비리 사건을 보면서 김 전 차장은 깃털에 불과할 뿐이며 그 배후에는 더 큰 몸통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갖고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청와대 국정원 검찰 등 국가 중추기관이 모조리 추악한 부패 사슬에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강한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대형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김대중 대통령 장남 김홍일 의원의 이름이 나오는 것이 마치 전 정권시절에 소통령 김현철씨로 인해 터진 망국병이 재발되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

왜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는지, 검찰의 수사진행을 방해한 인물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은 채 특정인의 범행으로 축소시켜 처리한다면 국민적 의혹은 결코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권력형 비리 낳는 구조를 개혁하라

이 사건의 불똥이 현정권의 실세에까지 튈지는 미지수이다. 김 전 차장이 정권 실세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움직였는지 아직은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대전지부장이던 그가 국정원에서 대공실장을 맡고 국내 모든 정보와 대공수사를 담당하는 2차장으로 승진하자 국정원에서는 말이 많았다고 한다. 든든한 정치 실세가 뒤를 봐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과거 안기부 간부들이 선거 때 재계 인사들을 동원, 정치 실세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실세들과 유착 관계를 맺은 다음 반대급부로 안기부 내에서 출세를 보장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김 전 차장의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하긴 과거 안기부 경제처가 97년 대선 직전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의 요구에 따라 한국통신과 한국중공업에 압력을 넣어 대선자금으로 각각 1억원과 2억원을 한나라당에 전달하도록 한 사실이 정권 교체 직후에 밝혀지기도 하였다.

정권이 교체되고 개혁과 쇄신을 내세우는 현정부하에서도 또 다시 국가 정보기관의 고위층이 개입한 비리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분명히 구조적인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 반세기가 넘는 분단체제하에서 우리의 정보기관은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게 되었다. 게다가 현정권이 출범한지 4년도 채 안되는 기간에 국정원장이 벌써 세번이나 교체되었다. 자연히 제 2인자이자 대공실장인 김은성 2차장에게 과도한 힘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정보기관이 반공과 안보를 내세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정치에 개입하고 정치를 농간해 온 우리의 잘 못된 관행과 구조를 과감히 개혁함으로써 게이트 공화국의 오명을 하루 속히 씻어내야 할 것이다. (한라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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