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929호 (00.11.1)


<해설>

박정희 기념관 건립 반대운동 확산

'박정희'라고 하면 누가 무엇을 생각할까.

일제식민지 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한 지사와 유족은 독립운동가들을 학살한 '만주국'군의 오카모토 중위가 떠오를 것이다.

5·16군사쿠데타와 그후 19년동안 숱한 날조와 모략, 납치, 암살, 고문 등으로 희생된 피해자와 유족, 특히 연좌죄를 들 씌워 시효 없는 탄압을 받아온 무수한 친족과 친구, 지인들은 몸서리 칠 독재자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광주민중항쟁 때 학살된 2,000여 광주시민과 부상자와 그 유족들, 5·17쿠데타로 사전구속된 민주인사들은 자신보다 더 잔학한 군인집단 전두환 신군부를 키워낸 박정희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분단, 반공·우익, 군사사회에서 박정희에 기생하여 영화를 누려온 당시의 특권계급층은 '옛날의 좋았던 시대'를 떠올릴 것이다.

지난해부터 추진되고 있는 '박정희기념관 건립계획'은 위에서 지적한 어느 부분을 국고를 염출하여 기념할 것인가 '현정권대 다수 국민'의 투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취약한 정치 기반 강화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5월 일부 박정희 지지세력이 내건 박정희 기념관 건설계획에 김대중 대통령이 국고에서 200억원을 지원하며 자신이 추진위원회 명예회장직을 맡을 것이라고 발표한 것. 이어 고건 서울시장이 시내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 조성되는 14만평 규모의 평화공원내의 5,000평의 부지를 기증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서울의 상징적 지역이 될 장소이다.

김 대통령은 과거 정적이나 가해자라도 이를 용서하는 국민화해와 동서(자신의 출신지 전라도와 박정희의 출신지 경상도) 화해를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사'와 '공'을 혼동해서는 안되며 동서화해를 정치기반 강화에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별적 반대운동에 이어 지난해 12월에 '박정희기념관 건설과 국고지원을 반대하는 전국 역사학자 모임'이 결성되었으며 올해 7월에 71개 민주·시민단체로 구성된 '올바른 역사를 만들기 위한 시민·사회단체연석회의'가 결성되었다. 이 '연석회의'는 247개 단체가 참가하는 '박정희기념관 반대국민연대'로 발전했다. '국민연대'는 전두환과 노태우를 체포한 '5·18특별법'을 제정케 한 힘과 필적한다고 한다.

한편 마찬가지로 전·노 체포에 큰 영향을 준 대학교수들이 8월,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와 학술단체협의회의 발기로 '박정희기념관 건설 반대-전국 교수서명을 시작하면서' 라는 성명을 발표하고 서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649명의 대학교수들은 박정희가 유신쿠데타를 일으킨 10월 유신 28주년인 10월 17일, '독재의 망령을 소생시키는 박정희 기념관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역사 바로 세우기'에 역행

국민연대도 649명의 대학교수도 "박정희는 결코 기념할 인물이 아니다"고 단정한다. 오히려 식민지와 분단, 남북대결로 점철되어온 오욕의 20세기를 극복하고 21세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반드시 극복·청산하지 않으면 안될 대상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또 박정희의 평가를 둘러싸고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국민의 세금으로 기념관을 짓는 것은 새로운 국론분열을 낳으며, 유신독재의 정치적 희생자가 현존하고 그가 남긴 유산으로 사회적 모순이 남아있는 시점에서 그의 기념관을 건립한다는 것은 '역사바로 세우기'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제안도 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독재자를 기념하는 기념관이 아니라 역대 대통령의 공과가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각종 자료들의 보관처"라고 말하면서 '대통령역사기록관' 건립을 주장했다.

문제는 대학교수들의 성명에서 거듭 지적되고 있듯이 김 대통령은 박정희와의 관계를 개인 관계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미덕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격에서 가능할 뿐이다. 문제는 박정희가 김대중 대통령의 '개인적 박해자'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수뿐만 아니라 일부 박정희 지지세력을 제외하고 모두가 인권대통령으로서, 그리고 명예로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이 역사적 정의를 바르게 세우는 관점에서 추진위원회 명예회장을 사임하고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재고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양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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