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910호 (00.3.21)


<민족시평>

베를린 선언과 햇볕정책

유럽을 순방 중이던 김대중 대통령은 10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독일 통일의 교훈과 한반도 문제'라는 제목의 연설을 했다. 김 대통령은 이 연설을 통해 "남북한 간에 본격적인 경제협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이제는 정부 당국간의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요청만 있으면 남한 정부는 대북 경제지원을 적극 검토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대언장어를 늘어놓았다.

내외 언론은 이 연설을 '베를린 선언'이라 부르며 마치 통일을 앞당기는 획기적인 제안인 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장식어를 모두 빼고 나면 소위 '베를린 선언'의 내용은 김대중 정권이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선전해 온 햇볕정책의 재탕에 불과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16대 총선을 눈앞에 두고 발표한 시기적 배경이나 민간 통일운동단체를 가차없이 억압하는 남한 당국의 여전한 반통일적인 행태를 볼 때 우리는 '베를린 선언'에 대한 경각심을 드높이지 않을 수가 없다.

베를린 선언의 문제점

남북간 경제협력 실현을 위한 방도로 김 대통령이 피력한 사회간접자본 확충, 투자보장협정 및 이중과제방지협정 체결, 북한 농업구조 개혁 등은 소위 북의 개혁과 개방을 목표로 삼아 현 정권이 그간 수 없이 되풀이 해 온 대북 공세들을 종합한 것일 뿐, 결코 새로운 제안은 아니다.

이는 결국 미일 외세의 부당한 경제봉쇄와 연 이은 자연재해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난관에 놓여 있는 동족을 진심으로 돕겠다는 민족적인 입장이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투자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그들의 첨병노릇이나 하겠다는 지극히 위험한 반민족적인 발상인 것이다.

또한 흡수통일을 부인하는 평소의 말과는 달리 김 대통령은 그날 연설에서 여지없이 본심을 드러내고 말았다. 김 대통령은 독일의 통일을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시장경제와 사회주의 경제의 대결에서 민주주의 시장경제가 이룬 승리"라고 단정 짓고, "이러한 독일의 통일, 즉 서독의 대동독정책이 바로 햇볕정책 추진의 귀중한 교훈"이라고 서슴없이 공언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베를린 선언'을 계기로 김 정권은 민간차원의 대북지원과 협력사업에 대한 통제를 더 한층 강화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북측이 현대에 요청한 소 떼 5백마리의 북송사업을 보류시키는가 하면 전국어민총연합이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합의한 공동어로 문제도 그 승인을 유보시킨 것이다. 이는 "당국간 회담 없이는 더 이상 민간차원의 교류 협력도 허가할 수 없다"는 태도 표명이며 비열한 상호주의적 수법이라 규탄 받아 마땅하다.

북측 당국의 대응

남측 당국은 "북이 결국 베를린 선언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고 있었으나 북측의 대응은 15일자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여지없이 밝혀졌다. 논평은 '민족의 내부문제를 제 집안도 아닌 바깥에 들고 나가 이러쿵저러쿵 한데 대해 문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 다음, '당국간 대화에 관련해서는 지난해에 있은 정부, 정당, 단체 연합회의에서 선행 실천사항을 비롯한 원칙적 문제들을 제기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논평은 '남측 당국이 온 민족의 기대에 맞게 반민족적이며 반통일적인 낡은 대결정책에서 벗어나 실제 행동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다면 그들과 민족의 운명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하게 협상할 것이며 통일을 위하여 함께 노력할 것'이라는 점을 천명했다.

마지막으로 논평은 '이러한 원칙적 입장에 부합된다면 아무 때나 당국간 대화와 접촉은 이루어 질 수 있다'고 확언하면서 '백마디 말보다 한번의 실천이 더 중요하다. 남측 당국이 진실로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을 바란다면 실천행동으로 그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타이른 것이다.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로 나아가자

김 대통령이 아무리 화려한 언사를 구사한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대결적인 햇볕정책을 고수한다면 당국간의 대화와 협상은 요원할 것이다. 미일 외세와 결탁하여 북을 주적으로 삼은 합동군사훈련에 열을 올리는 한, 그리고 상대방을 적대시하는 반통일적인 국가보안법을 온존시켜 범민련, 한총련 등 애국적인 통일운동단체에 대한 탄압을 계속하는 한, 화해와 협력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는 그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해내외 7천만 민족의 열화 같은 통일의지로 성공리에 개최되어 온 범민족대회에서 확인되었듯이 우리 겨레의 살길은 오직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이며 이는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로 남과 북이 공존 공영하는 연방제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임기 후반에 접어 든 김 대통령이 이 민족적인 절대 진리를 겸허히 받아들여 시대착오적인 햇볕정책과 결별하고 진정한 대북 화해·협력 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한라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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