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870호 (98.12.11)


논설

'제2의 건국위'는 대통령의 '친위대'인가

'제2의 건국'을 위한 대통령 자문기구인 '제2의 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건국위)'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쟁점화되고 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같이 발전시켜 제2의 건국을 이룬다'는 대통령의 국정청사진에 따라 출범한 건국위가 비민주적인 관변조직으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최근 입수한 건국위쪽 자료에 의하면, 정부의 개혁업무를 건국위가 분담하며 감사원·법무부 등 특수정부기관의 구조개혁 및 공무원 충원제도 개선·공무원의 개혁참여 방안도 수립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자문기관에 불과한 건국위가 정부의 개혁을 주도하는 초법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국위에 장기집권 음모가 있다고 보는 야당은 '제2의 건국운동에 공무원과 시민단체를 동원해 전국조직화하려는 것은 2000년 총선과 신당창당을 위한 전위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여당인 자민련도 "경찰서장이 참여하는 운동이 무슨 순수 민간운동이냐. 과거의 새마을운동보다 관 주도의 성격이 짙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자민련조차 건국위를 '친국민회의' 성격의 외곽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영남지역에 발판을 마련하여 전국정당의 면모를 갖추려는 국민회의의 세력 불리기 전략과 건국위의 구상이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추진위원 400명 등 전국적으로 2만 6,000명의 위원을 거느린 정당규모의 자문기구를 서둘러 만드는 동기를 의심받고 있다. 이들 인사중 개혁적인 인사는 소수이며 과거 독재정권에 몸을 판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보수적이거나 친여성향이 강한 조직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 각료와 각종 위원회 위원장 33명이 당연직 위원으로 임명돼 마치 행정부가 그대로 옮겨온 듯한 인상을 준다. 건국위가 '제2의 정부'라는 비판을 받을만하다.

건국위가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전국조직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이 참여하고 막대한 정부예산까지 집행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며 위헌의 요소를 안고 있다. 개혁을 주도한다는 건국위 자체가 개혁의 대상이다. 반개혁적인 지방 토호세력이 건국위에 참여하기 위하여 치열한 경합을 벌여 인선작업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정치 지망생이나 지역유지들의 정치 입문을 위한 단체라면 건국위 활동을 저지해야한다. 지방의 토호세력들이 '완장'을 찬 채 권력행세하는 곳이라면 건국위를 없애는 게 마땅하다.

건국위의 중앙조직을 보면 건국위가 개혁과 동떨어진 단체임을 알 수 있다. 건국위의 하부조직인 '시민 네트워크'를 새마을운동 중앙협의회가 주도하고 있고, 심지어 극우단체인 자유총연맹 회장에게 건국위 공동위원장직을 맡게 하는 등 반개혁의 요소가 강하다.

도대체 시민운동단체와 자유총연맹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조직을 만들려는 발상이 의심스럽다. 제2의 건국운동이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의 각종 사회운동을 연상케하며, 특히 그 추진방법이 비슷하다. 5·16 쿠데타 직후 김종필 씨가 주도했던 국가재건 국민운동본부와 건국위가 무엇이 다른가? 군사파쇼가 권력의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한 정당구조를 제1중대, 제2중대식으로 판짜기 했던 것과 다른 점이 있는가? 새마을운동식 건국위의 활동은 박 정희 정권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이지 개혁과는 무관하다.

정부는 제2의 건국운동을 선도하기 위한 행정서비스 요원으로 전국적으로 1만명의 자원봉사자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내년 예산에 600억원을 계상해놓았다. 1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김대중 정권의 홍위병' 역할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당명부제 등으로 전국정당이 출현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국민회의가, 제2의 건국운동-건국위를 통해 길러진 새로운 인물들을 외곽부대로 충당하는 한편 선거때 이들을 친여조직으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기반이 취약한 국민회의가 '제2의 건국운동을 정치에 이용할 생각이 없다'는 김 대통령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일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건국위가 개혁운동의 주체·성격·이념·구체적인 계획 등은 제시하지 않은 채 전국에 초법적인 조직만들기부터 서두르는 의도는 과연 무엇인가? 이대로 나간다면 제2의 건국위는 정치기반이 취약한 김 대통령의 '친위대'로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조직은 오히려 개혁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될 수 있다. 오늘 민족사가 요구하는 '제2의 건국'은 남북의 화해와 단결을 이루어 내고 통일조국의 건설이다. 민족의 대명제인 조국통일을 외면한 '제2의 건국'운동은 집권자의 정치적 이용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의견수렴도 거치지 않고 내려먹이기식의 '제2의 건국위'는 해체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정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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