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867호 (98.11.11)


해설

김대중 정권하의 인권탄압 실태 (6)

공권력의 승인 아래 이뤄지는 폭력철거

도시 재개발과 미화 등을 구실로 한 주민이나 노점상들에 대한 폭력철거의 실태는 실로 기가 막히는 내용이다. 이 폭력철거는 인권의 단계를 넘어서 국민의 '생존' 그 자체의 문제로 되고 있다.

지난 4월 하순 서울 용산구 도원동 재개발 지구에서 철거용역회사의 철거용역직원은 전경 수백명과 시·구 직원, 재개발조합 사람들의 '공권력의 보호'밑에 두달여 간 강제철거에 반대해 온 주민을 문자 그대로 폭력으로 철거했다.

용역직원들은 주민들이 강제철거에 반대하여 농성해 온 철탑 망루를 두 대의 포크레인으로 물대포를 쏘아댔고 쇠 파이프와 연장을 소지한 10여 명의 '특공대' 용역직원이 들어간 콘테이너 박스를 기중기로 낚아 올려 망루 옥상에서 '특공대'를 돌입시키는 하편, 밖에서는 또 한 대의 포크레인으로 망루 외벽을 허물어 다섯 시간여 만에 망루를 철거했다.

망루 아래서 강제철거에 항거하던 주민은 '특공대'의 쇠 파이프로 부상했으며 3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서울 경찰청은 구청의 강제철거를 물리력으로 방해한 혐의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으로 주민 5명을 구속하고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도원동 지구의 주민이 강제철거에 반대한 것은 이주 대책비 만으로는 인근에 이주할 수 없고 환경이 더욱 열악한 도시외곽지역으로 이주하게 되어 또 다시 철거민이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 대책 수립, 후 철거'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강제철거된 도원동 주민들은 철거민 투쟁 역사상 처음으로 무기한 단식투쟁을 단행하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지금도 항의를 계속하고 있으나 경찰, 시·구청, 용역회사부터 받는 것은 연행, 구타, 성폭행, 추방 등 폭력과 욕설 만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폭력철거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는 것은 동절기 (11월부터)엔 강제철거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10월 말에 비인간적인 철거작업이 강행되었다는데 있다. 수원시 권선 4지구에서는 10월 29일에, 경기 의왕시에서는 30일에 주민들이 잠든 새벽에 세 대의 포크레인등으로 두 시간만에 철거해 버렸다.

도시 미화로 길거리에서 마저 내쫓기는 노점상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는 것은 노점상도 마찬가지다.

9월 24일 서울 신당동 광희시장에서 의류 노점상을 하던 2급 장애자 전 씨 (43살)가 중구청의 단속과 폭력에 항의하여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저항하다 몸에 불이 붙어 화상을 입어 중태에 빠졌다. 전 씨는 5년 전부터 노점을 시작했으나 9차례에 걸친 단속으로 인해 3,000만원 상당의 물건을 빼앗겼다.

서울시는 3월 9일부터 4월말까지를 '노점상 특별정비기간'으로 선정해 단속을 벌였으나 실제는 IMF시대를 맞아 노점상의 급증을 예방하기 때문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재개발 지역의 폭력철거에 대해 전국빈민연합과 인권, 종교, 민주단체들은 연일 강한 항의행동을 조직하는 한편 동시에 '가수용 시설의 건립'과 '영구임대주택 입주보장' 등 구체적 제안을 내고 있다. 그러나 폭력철거가 전혀 없어지지 않는 것은 "정부가 주거대책이 막연한 세입자들의 저항을 단지 물리적 강제력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문제"라는데 의견이 집약되고 있다.

노점상의 강제철거도 전국노점상연합등은 "실업자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라며 복지나 생계대책도 세우지 않고 무조건 철거를 하는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오세철 연세대 교수는 "지금은 20을 살리고 80을 죽이는 세상"이라며 "80이 살기 위해선 민중생존권 투쟁을 통해 이를 뒤엎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80의 희생 위에 세워지는 경제발전을 진정한 민주화라고 할 수 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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