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867호 (98.11.11)


논설

거꾸로 가고 있은 '개혁'정치

김대중 정권이 출범하여 9개월이 지났다. 그간 새 정권은 '민주주의와 경제의 병행발전'을 국정의 기조로 선포하고 구조조정과 정치개혁을 우선 과제로 삼아 그에 전력을 쏟아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결과 경제가 좋아지고 부패정치가 청산되었는가 하면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하여서는 뒤에 가서 언급하기로 하고 우선 구조조정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이 무엇인가부터 살펴 보자. 무엇보다 먼저 들어야 하는 문제는 재별과 은행들이 진 빚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정리해고로 실직자를 6∼7배로 늘려 국민의 고통을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반면 구조조정을 통하여 재벌은 더 많은 부를 챙기게 되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경제와 금융,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외국자본에게 시장을 전면 개방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경제는 외국자본의 투기대상으로 전락했으며 그 결과 외국자본이 우리의 국민생활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공기업의 민영화와 해외 매각은 경제식민지화를 심화시켰을 뿐이다.

'정치개혁'에서도 김대중 정권은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행태만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개혁의 주체와 대상을 뒤바꿔 놓은데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김대중 정권이 진정으로 개혁을 바랐다고 한다면 독재와 불의에 맞서 민주화와 조국통일, 민중의 생존권을 위해 싸우다가 구속된 인사들을 출범초기에 무조건 전원 석방했어야 했다. 그리고 범민련, 한총련, 한통련 등에 들씌워진 '이적단체'니 '반국가단체'니 하는 올가미를 벗겨 주고 이 단체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처도 취하는 것이 정도인데도 이를 외면한채 그간 3월과 8월에 행한 사면에서는 양심수 석방이 각 각 15%와 20%에 불과하였다. 특히 8·15 사면에 즈음하여서는 사상전향제를 '준법서약서'제로 바꿔 인간의 존엄마저 무참히 짓밟고 있다.

이에 반하여 민족과 역사앞에 영원히 씻을 수 없는 대죄를 지은 전두환, 노태우는 무조건 석방해 주고 그들을 전임 대통령으로서 깍듯이 모시고 있다. 이러한 작태는 국민의 눈으로 보면 과거에 그들로부터 무슨 큰 은혜라도 입은 일이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게 한다. 정치권 사정도 마찬가지다. 오늘까지의 경과를 보면 부패정치인의 청산이 목적이라기 보다도 취약한 정치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집권당 세불리기를 위한 사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화협'을 설립하고 '제2의 건국운동'의 제창은 국민들의 이목을 끌었지만 이제 와서는 그 목적이 무엇인가를 알만한 사람은 다 알게 되었다. 정치개혁, 사회개혁은 관변단체를 만들어 진정으로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적으로 싸우는 민족민주세력을 와해 분열시키고 시민운동 단체를 집권당의 지지세력으로 변신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바로 군사독재 시대의 들러리 만들기의 재판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김대중 정권은 50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룩해 낸 국민의 정부라고 자처하지만 본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최근 국내지의 보도에 따르면 현 정권에 대한 민심이 급속도로 악화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한동안 김대중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고 있던 민심도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 8일에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7만여 명이 모여 '98민중대회가 열린 것은 김대중 정권에 대한 민심의 집중적인 표현이다. 참고 참아 왔던 민중의 분노가 이제 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망한 기대는 떨쳐버려야 한다.

현재 IMF신탁통치하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구조조정'과 '개혁'이라는 것은 미국의 세계지배를 위한 터닦이이며 지배체제의 재편 과정이다. 김대중 정권의 구조조정과 개혁이 국민의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고 IMF가 제시한 프로그램대로 진행되어 망국적 양상을 보이고 있는 원인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IMF의 뒤에는 세계제패를 노리는 미국과 그에 편승하여 아시아에서 패권을 꿈구는 일본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된다.

이제 IMF프로그램의 충실한 집행자를 자임하는 김대중 정권에 진정한 개혁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인지 모를다. 민심은 천심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누구도 민심을 거역하지 못한다. 하지만 생존권의 쟁취와 경제주권의 회복, 진정한 개혁은 저절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직 투쟁으로써만 이룩할 수 있다. '98민중대회는 그를 위한 대장정의 시작이다.

최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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