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833호(97.10.11)

주장

'슈퍼 301조' 발동은 대국주의의 발상

미국은 지난 1일 한국의 자동차 시장에 대하여 '슈퍼 301조'를 발동하면서 한국을 우선 협상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한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을 강요해 온 미국은, 한국측이 제시한 수입관세 인하와 자동차세 구조 개편이 미흡하다고 보고 이같은 조치를 내렸다. 이에 한국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하겠다고 밝혀 한·미 무역전쟁이 예상된다. 슈퍼 301조는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보인 나라를 보복하는) 종합무역법 301조를 개정한 조항으로서 '날강도가 강도 당한 자를 다시 보복하는' 악법이다. 산업별·품목별로 규제해 온 301조와 달리, 슈퍼 301조는 불공정한 국가를 직접 보복하는 점에서 제국주의적 요소가 강하다.

이번 무역전쟁은 '미국판 아편전쟁'이다. 19세기에 대영제국이 청나라를 지배하기 위하여 아편전쟁을 일으켰듯이, 21세기를 앞두고 '大美帝國(대미제국)'을 꿈꾸는 미국이 한국 시장을 지배하기 위하여 악독하기 그지없는 슈퍼 301조를 휘둘렀다. 아편에서 자동차로 품목만 바뀌었을 뿐 고전적인 식민지 약탈 수법이 그대로 한국에 적용되었다. 미국이 바라는 만큼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나라에 대한 경제 제재의 시범 케이스로 한국을 선택했다. 이북에 대한 경제 봉쇄의 사슬을 풀지 않는 미국이 이제 한국을 슈퍼 301조로 경제 제재함으로써 한반도 전체를 볼모로 삼아 자국의 이익을 챙기려 한다. 따라서 민족 자주와 민족 경제를 살리는 차원에서 슈퍼 301조 반대운동의 논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제난(무역적자·재정적자)을 해소하기 위한 희생 양으로 한국을 선정했다면 클린턴 정부의 착각이다. 때릴수록 말을 잘 듣는 몸종과 같은 한국정부는 슈퍼 301조에 무릎 꿇을지 모르지만, 미국의 시장 개방 압력으로 생계 수단을 잃어 가는 한국 민중은 결코 미국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오만한 '경제 동물 국가' 미국을 징계하기 위한 국민운동은 지극히 당연하다. 美製(미제) 불매운동과 더불어 美帝(미제) 규탄운동을 벌여야 한다. 한국 민중의 피와 땀을 수탈한 결과 미국의 (한국에 대한) 무역이 흑자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더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클린턴 정부의 버릇을 고쳐 주어야 한다. 한국의 주종 수출품인 자동차 시장까지 점령하겠다는 미국의 콧대를 꺾어야 한다.

슈퍼 301조가 발동된 절반의 책임은 한국정부에 있다. 김영삼 정권은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자본·상품 시장을 무제한 개방함으로써 슈퍼 301조 발동을 자초했다. 상전으로 떠받든 미국으로부터 받은 선물이 고작 슈퍼 301조란 말인가? 미국의 충견 김영삼 정권이 미국과의 평등한 경제 관계를 조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슈퍼 301조라는 된서리를 맞은 게 아닌가? 슈퍼 301조 발동은, 평소에 미국 통상 관료들 앞에서 감히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한 한국정부의 업보이다. 미국이 이제 한국 시장의 앞마당까지 쳐들어와 알몸까지 바치라고 하는데, 김영삼 정권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이길 뒷심이 있는가? 미국으로부터 수모 당하고도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라는 노예 의식을 한국정부가 갖고 있다면, 앞으로 닥칠 미국의 무역 보복 공세를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