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822호(97.6.11)

선언문

6월항쟁 10주년 재일한국인중앙대회 선언문

오늘 우리는 포악했던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을 굴복시킨 위대한 6월민주항쟁 10주년을 기리기 위하여 재일한국인중앙대회를 개최하였다.

온 나라가 '호헌 철폐, 독재 타도'의 함성으로 들끓었던 그때로부터 1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또 다시 치솟는 분노로 독재정권 퇴진과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항쟁의 깃발을 추켜들게 되었다.

6월항쟁의 성과 위에 세워진 '문민' 정부라고 우겨대던 김영삼 정권은 끝내 노동법·안기부법 날치기 개악 기도와 한보 비리를 계기로 노출된 추악한 정경 유착 실태로 인해 가장 억압적이며 부패 타락한 정권임을 스스로 드러내고 말았다. 현정권의 소위 태생적 한계는 전두환 노태우 등 군사독재 세력과의 야합이라는 측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임자와 재벌들이 대 준 대선자금으로 대권을 가로채고 파쇼성과 반민족성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데에 핵심적이며 원천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제 92년 대선자금의 내막을 전면 공개하라는 범국민적인 요구가 현정권을 뿌리 채 뒤흔들고 있다. 그런데도 김 대통령은 5월30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선자금의 전면 공개를 다시 거부하여 모든 책임을 정치 관행으로 돌렸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중대한 결심' 운운하면서 국민에 대한 공갈과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민주개혁과 평화통일에 대한 온 국민의 여망을 철저히 유린한 데다가 아들까지 나서서 국정을 농락하고 엄청난 부정과 비리를 일삼아 온 권력 집단의 후안무치한 모습을 지켜보고 우리 어찌 깊은 한숨만 쉬고 있단 말인가!

지금 온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정치권의 심각한 부패 상황, 일인 독재로 인한 민주개혁의 좌절, 파탄한 민생과 악화 일로의 남북 관계, 이 모든 것들은 냉전 사고를 전환하고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잘못된 법과 제도를 과감히 청산하는 총체적인 사회 개혁 없이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 번 통감하게 되었다.

한보 비리는 여야 정치권과 악덕 재벌들이 하나의 커다란 부패 사슬을 형성하면서 이 나라 백성들을 마구 수탈해 온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 구조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3김 정치'로 집약되는 오늘의 정치 상황은 오랜 군사독재가 낳은 또 하나의 부산물에 불과하며, 그들이 결코 진정한 사회 개혁을 이끌어 갈 세력이 될 수 없음을 새삼 강조할 나위조차 없는 것이다.

이제 구시대의 정치인들 중에서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을 것인가 고민할 필요 없이 우리 민족민주세력 내부에서 후보를 내놓아 참된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총달결해 나갈 때가 온 것이다. 60년 4·19혁명으로 이승만 독재를 타도하고 80년 5월에는 고귀한 피로 민주주의의 기치를 지켜 냈으며, 87년 6월 민중항쟁으로 전두환 파쇼독재를 종식시킨 우리 민족민주세력이야말로 김영삼 정권 퇴진과 민주정부 수립이라는 막중한 민족사적 과업을 수행해 낼 유일한 동력인 것이다.

오늘 이 대회에 참가한 우리는 비록 몸은 고국을 멀리 떠나 있어도 마음은 항상 조국의 자주 민주 통일이라는 대의를 따라 온 사람들이다. 바로 10년 전에도 우리는 고국 동포들과 6월항쟁의 열기와 감격을 함께 나누었으며 이곳 일본 땅에서 갖은 탄압과 방해를 이겨내면서 '독재 타도. 민주 쟁취'를 외치며 연일 거리로 나섰던 것이다.

우리는 해내외 민족민주세력의 총단결을 더 한층 강화하고 자주 민주 통일의 길을 힘차게 매진해 갈 것이다. 진정한 민주정부의 수립과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보람찬 운동에서 우리에게 부여된 민족적인 사명을 훌륭히 수행해 나갈 것이며, 이와 같은 우리의 결의를 온 겨레 앞에 엄숙히 선언하는 바이다.

1. 김영삼 정권은 각종 부정 비리와 국정 문란의 책임을 지고 즉각 퇴진하라!

1. 여야를 막론하고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치인들은 모두 물러가라!

1. 모든 해내외 민족민주세력과 양심적인 시민운동세력은 진정한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총단결하자!

1997년 6월8일

6월민주항쟁 10주년 김영삼 정권 퇴진! 민주정부 수립! 재일한국인중앙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