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한보' 바라보는 국민과 '사죄담화'

김영삼 대통령은 지난달 25일의 취임 4주년 특별담화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한보사태 등에 관하여 국민 앞에 사죄했다. '사죄' 말고는 대안이 없는 문민파쇼 정권은 위기 탈출을 위하여 절묘한 시차 조절을 하면서 황장엽 사건 등을 통한 국면 전환을 시도했으나 황장엽 사건 보다 더욱 큰 충격을 준 한보사태의 봇물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축소 지향적인 검찰 수사를 국민들이 전혀 믿지 않고, 한보사태에 김영삼 一家(일가)가 관여했으며 이를 수사하여 사법처리하지 않는 한 의혹이 풀리지 않는다고 국민들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황장엽 사건을 통한 공안정국 조성 분위기로는 등돌린 민심을 돌이켜 세울 수 없었다.

김영삼 씨가 문민정부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하여 즐겨 사용하던 '大道無門(대도무문)'을 '大盜無門(대도무문)'이라고 바꿔야 할 정도로, 큰 도둑일수록 법망을 무사통과하는 말세가 되었다. 한보사태의 경우 김영삼 일가를 비롯하여 대도들은 오히려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하고 잔 심부름이나 했던 홍인길 의원 같은 '깃털'만 구속하니 국민들의 분노가 치밀어 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몸체'의 일부인 김현철 씨를 방어하는데 몸바친 'PK검찰'의 얄미운 행각은 치를 떨게 한다.

'문민파쇼의 聖骨(성골)'인 김영삼 일가와 眞骨(진골)인 민주계가 저지른 '한보 범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정경유착 마피아'죄이다. 노태우 정권의 정치자금원이었던 한보를 인계 받은(?) 민주계는 92년 대통령선거때부터 한보를 私金庫化(사금고화)함으로써 금융기관 대출금 5조원 중 상당부분을 정치자금으로 빼돌리거나 비자금 등으로 치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국민들은 생각하고 있다. 100억원 이상의 수입은 김영삼 씨에게 보고했던 민주계의 돈 관리 관례로 미루어 보건대 천문학적인 한보자금의 수수에 대하여 김영삼 씨나 김현철 씨가 모를 리 없다는 게 '국민의혹 제1호'이다. 문민정부를 표방하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던 김영삼 씨와 민주계가 오히려 지상경제의 금융기관 대출금 중 일부를 지하경제로 흘려보내 이를 정치자금으로 사용하는 '정치 마피아'의 두목이 되었다.

둘째는 국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죄이다. 서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은행예금을 마치 자기 집 금고에서 빼어 쓰듯 '무한정 대출' 해 준 국고(국부) 낭비죄는 거론할 가치조차 없으며, 국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한 흡혈귀 정 태수 및 그와 공생관계를 맺은 정치인들은 모두 민중의 노동력을 수탈한 역적이다. 세째는 정치질서·경제질서 교란죄이다. 마구잡이로 은행 빚을 끌어들인 한보로부터 막대한 정치자금을 받은 민주계 정권은, 정치자금 제공에 대한 보상을 하고 한보의 파산을 막기 위하여 은행의 대출규정을 무시한 채 또 다시 대출을 받게 하는 '경제질서 파괴의 악순환'을 저질렀다. 또한 '지하경제에 의한 지상경제 파괴'의 표본인 한보의 파산 이후에도 한보 회생을 위한 금융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국사범들이나 할 짓이다. 더욱 한보 사태의 핵심으로 찍혀 있는 김현철 씨가 '젊은 부통령'으로서 아버지를 통하여 국정운영에 관여하거나 '장외 내각'을 만들어 정치질서를 문란하게 한 죄목만으로도 그는 법정에 서야 한다.

국민들은 이들 국사범들을 단죄하는 지름길은 김현철 씨를 구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한보사태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김영삼 씨도 경우에 따라서는 전두환·노태우 씨처럼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나마 전두환·노태우는 임기나 마치고 감옥에 갔으니 다행이지만 김영삼 씨는 임기도 못 채우고 쇠고랑 찰지도 모를 정도로 국민감정이 악화되어 있다. 이제 막판으로 몰리고 있는 김영삼 씨의 선택 폭은 매우 좁아졌다. 전두환·노태우가 나란히 법정에 섯듯이 국민의 뜻에 순응하여 김영삼·김현철 씨가 나란히 법정에 서든지 국회에서 탄핵을 받는 길뿐이다. 마침 취임 4주년 특별담화에서 "사법적인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했으니 국민의 힘에 의한 사법처리의 실행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런 수모를 당하기 전에 민족과 국민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있으니 그것은 김영삼 씨 스스로 국민 앞에 사표를 제출하는 일이다.

김종태 기자

민족시보9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