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1219(12.02.15)


<책소개>

바다를 넘은 100년의 기억

분쟁 없는 내일을 위하여

이수경 편   발행· 도서신문  정가 2000

 

  사자는 말 할 수 없다. 전쟁, 국가폭력, 차별의 가장 심한 피해자의 대부분은 그때문에 자살을 포함하여 이미 목숨을 빼앗기고 있다. 그때문에 그/그녀들의 역사는 단편화되고 권력자에 의해 말살되고 왜곡되어버렸다. 이것을 바로 잡으려 할 때 피해자 및 이에 연대하는 자는 그렇지 않아도 입수곤란한 문서자료를 대량 모아 그것으로 피해의 증명을, 과거의 가해자/현재의 가해자에게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나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인가. 죽인자가 '죽음을 당한 것이 나쁘다'고 시치미를 떼는 세계. 이런 세계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한시도 잊어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니까 간신히 생명을 부지해준 사람들의 증언이야기는 귀중하며 그것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의의는 한없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서둘러 부연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은 가해자는 뻔뻔스레 피해자의 증언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기억의 도살'에 현명하게 대항하여 피해자의 기억을 진실로서 사실 인정시켜나갈 때 피해자를 열심히 지원하는 지식인과 활동가의 역할도 또한 크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유서가 없는 특색을 구비한 구성을 가진 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일본군 '위안부' 강일출, 송신도씨, 강제연행·강제노동 피해자인 김경봉씨, 재일1세 정병춘 어머니. 이 식민지주의 피해자이며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이 있다. 송씨가 특징적인데 피해자의 증언은 예사로는 되지 않는다.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말한다는 고통, 그에 의한 한없이 복잡하게 되는 말의 의미를 읽는 사람에게 확실하게 전하기 위해 윤정옥, 김부자, 이시가와 이츠코씨등 지식인이 또 양징자, 다카자네 야스노리, 시바타 도시아키씨 등 활동가의 빈틈없는 논고와 해설적인 증언이 배치되어 있다.

 

  또 피해자의 기억을 이어받는 것과 함께 현재의 문제로서 단바망간기념관 이용식씨의 인터뷰와 재일조선인 3세 좌담회는 읽을 만하다. 특히 이씨의 말의 명석함에는 눈이 번쩍 뜨일 것이다.

 

  "'(일본인은 전쟁에)억지로 끌려갔어. 우리도 피해자야"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중략)그러면 북한의 납치 실행범도 나라의 명령을 받고 실행했다면 피해자입니까? 적어도 가해자의 일원이지 피해자에는 속하지 않는다. 똑같이 생각한다면 일본은 조선을 침략하고 조선인을 강제연행했다. 그렇다면 일본인도 가해자였을 것이다. 이 자리매김이 되어있지 않아요. 천왕의 전쟁책임은 전후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아시아의 피해자는 가해자 없이 피해자가 된 것이 아니니까요"

 

  편자 이수경씨의 "기억하고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를 위해 화해로 다가선다"는 말이 이 책을 총괄한다. 그리고 그녀가 취재한 김석범씨의 '정치에 굴복하지 않는 문학을 연마해왔다'는 말은 '3.11핵대진재' 1년을 맞이하는 지금,  말로서 살아있는 존재의 인간에대한 엄한 격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황영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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