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보 제1219(12.02.15)


<논점>

재외선거 위축시킨 냉전논리

정부와 보수언론의 책임 크다

 

  한국 제19대 국회의원선거 재외한국인선거 등록신청을 마친 11, 한통련은 한국정부와 보수언론 등이 '한통련 선거개입을 차단하라'는 등 냉전논리를 펼침으로서 등록이 무척 저조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에 게재됐다.

 

  일본에서 총선 재외선거인등록기간이 2 11일로 마감했는데 한국인 영주권자의 등록율은 2.76%로 저조했다. 당연히 투표율은 등록율을 밑돌 것이다. 선거가 민주주의 근간임을 생각할 때 이것은 심각한 사태다. 이와 같은 사태를 초래한 원인은 무엇인가. 먼저 재외선거인 등록이나 투표에 따른 불합리성이나 수속의 번잡함 등 실무적인 문제가 있기는 하다.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한국정부 및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의 냉전논리에 기초한 언동이다. 틀림없이 그들의 언동으로 일본에서 재외선거 분위기는 위축했다.

 

 

저조의 원인은 무엇인가

 

  주로 한국적을 가진 동포로 조직된 한통련은 재외동포에게 국정선거권이 주어진 것을 환영하고 이를 높이 평가했다. 한통련이 선거홍보운동을 전개한 것은 재외선거인으로 당연한 권리이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한통련이 선거홍보운동을 시작한 지난해 8월 중순에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 한국의 보수언론은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이 일제히 '총련·한통련의 선거개입을 차단하라'(동아일보 8 18일자 사설)는 등의 기사를 게재했다. 그 취지는 '반국가단체'의 한통련 등 친북단체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를 이탈하여 한국적을 취득한 5만명 이상의 재일동포에게 선거참여를 호소하는 것은 한국정치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수언론은 한통련의 선거홍보운동을 소개하면서도 '선거권을 가진 5만명 이상의 총련계 동포'의 실태나 '총련의 선거개입'의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 21일 대검찰청 공안부는 외교통상부, 법무부, 경찰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재외선거 유관기관대책회의' '재외선거사범수사·단속방안 세미나'를 열어 "총련 등 해외 친북단체의 선거개입에 엄중히 대처한다"고 결정했다. 아울러 경찰청은 선거단속 전문 검사를 일본에 파견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재외동포가 선거인등록을 할 경우, 여권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적을 가진 동포 중 약 반수는 여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그 약 반수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재외동포의 여권발급권을 관할하는 외교통상부는 반정부적인 생각을 가진 동포에게 여권 발급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의 선거권을 박탈할 수 있다. 지난해 외교통상부는 한통련 손형근 의장의 여권경신을 거부했는데 여권발급 거부 이유는 한통련이 '반국가단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외교통상부는 손 의장의 방한을 위한 여행증명서는 발급하겠다고 했다. 여권을 절대로 발급하지 않는다는 외교통상부의 방침에는 선거권을 박탈하겠다는 꼼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지로 지난해 12월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등 국회의원이 '반국가단체' 구성원 모두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기 위한 여권법 개정을 발의하고 있다. 한통련은 선거인등록시의 여권제시 의무가 헌법에 보장된 '법 앞에 평등' 원칙에 벗어난다고 하여 이 문제를 지난해 9,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했는데 아직도 심의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제소를 계기로 불공평하고 폐쇄적인 재외선거 관련법을 개정하라는 목소리는 국내외에서 높아지고 있다.

 

  한국정부는 일개 민간단체에 지나지 않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에 매년 70억원이 넘는 본국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지속적으로 특혜를 주고 있다. 민단에 소속하는가 안하는가는 임의임에도 불구하고 외교통상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마치 모든 재일한국인이 민단에 소속된 것으로 간주하고 민단에 편중하여 선거관련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역대 독재정권을 지지하고 한국의 민주주의를 방해해온 민단중앙본부로서는 민주주의와 선거 참여를 장려하는 것은 부담일 것이다. 실지로 민단중앙본부는 6.15공동선언을 공공연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반북선전을 중요시하고 있다. 민단중앙본부는 단원에게 선거홍보를 위한 강연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연의 내용은 냉전논리를 강조하면서 한통련을 반대하는 데 역점이 둔 것 같다. 이래서야 일본에서 선거 분위기가 높아질 리 만무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사라져버린 5만명

 

  총선 선거인등록을 한 재일한국인 영주권자는 10202명이었다. 검찰청이나 옛 한나라당의원, 보수언론이 지적한 '선거권을 가진 5만명 이상의 총련계 동포'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렸는가. 선거전이 되면 '북풍'을 불게하여 선거를 유리하게 유도하려는 것이 보수세력의 상투수단이다. 재외선거를 둘러싼 '북풍' 소동도 결국 보수세력이 결탁하여 조작한 것 같다. 민주주의보다 냉전논리를 우선하고 재외선거에 찬물을 끼얹은 한국정부와 보수언론의 책임은 중대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선거권을 가진 5만명 이상의 총련계 동포'라는 개념 자체가 냉전논리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적을 가진 동포들에게 정치적 편견으로 일일이 사상점검을 해서는 안된다. 선거권을 가진 모든 동포에게 널리 선거참여를 호소하는 것이 민주주의 방식이다.

 

  냉전논리가 아닌 민주주의에 가치를 둔 정치세력이, 북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화해를 촉진하는 의지를 강하게 가진 정치세력이 총선에서 약진하기를 한통련은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한 정치세력이 총선을 통해 약진함으로써 불평등하고 폐쇄적인 재외선거의 모습이 근본적으로 개혁되고 대통령선거에서는 참으로 민주적이며 공평한 재외선거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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